교육은 백년대계를 위한 장기구상 ‘가치관을 변화시켜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학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개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고나 특목고 설립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본적으로 나는 이러한 교육개혁 취지에 적극 찬동한다.

각 대학이 교육이념과 전공 특성에 따라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하게 되면 지금처럼 고등학생들이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전공할 분야와 관련된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될 것이다.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등학교들이 늘어나면 사교육비 부담은 분명 줄어들 것이고, 학생들도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며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소위 일류대학에 가야만 행복한 미래를 보장받는다고 생각하는 가치관 하에서는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자사고와 특목고가 일류대학에 가는 지름길이라면 초등, 중등학교의 사교육이 더 극성을 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류대학을 나와야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결혼도 끼리끼리 잘할 수 있고, 학연을 바탕으로 해 출세가 빠르다는 가치관이 오랜 세월 축적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모두 원하는 직업을 갖고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는가?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일류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일과는 평생 멀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일류병’에 걸려서 무엇이든 일류가 되지 못하면 평생 열등감에 시달리며 평범하게 사는 행복을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통념상 일류대학으로 분류되지는 못하지만 취업률 면에서는 최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우리 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대개 집안형편이 어려워 학비가 싼 ‘국립’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중·고교 시절에 사교육을 받아본 경험도 별로 없고 대학에 와서도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학생들은 조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부분 매우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학업태도를 갖고 있다.

그들은 학부 4년 동안 자신의 능력을 놀랍게 신장시키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간다.

또한 남편이 재직하고 있는 지방 사립대학의 사범대학은 그 지역에서 국립대학을 제치고 교사 임용고시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 전체의 취업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일류대학에 못간다고 해서 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일류대학에 가지 못한 사실만으로 너무 쉽게 실망하고, 그런 부모 밑에서 아이들도 희망을 잃는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 좀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 영재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영재가 될 수 없고, 대치동으로 이사한다고 해서 모두 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

가족 해체를 겪으면서까지 조기유학을 보낸다고 성공을 보장받을 수도 없다. 내 아이가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수재가 아니어도 어떤 특기와 재능이 있는가, 내 아이가 정말 원하는 직업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한다.

새 정부가 새로운 교육의 백년대계를 꿈꾼다면 보다 장기적인 구상을 가져야 한다. 당장 정책 몇개를 바꾸는 것보다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가치관을 변화시켜야 한다. 어느 대학에 가든, 또는 대학에 못가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재능에 맞는 직업을 찾아 열심히, 신나게, 즐겁게 일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가치관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사실 사회의 분배구조와 복지정책이 선진화되어야 한다.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능력만 있다면 취업과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 성실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열심히 일한 만큼 노년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적어도 참여정부의 분배와 복지정책을 발전적으로 승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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