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지하세계의 메트로폴리스’

 

금혜원 사진 ‘Abstract Space 5’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금혜원 사진 ‘Abstract Spac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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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지하철은 어떤 존재일까? 단순한 교통수단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현대인의 일상과 본질, 치부까지 너무 많이 투영됐다. 현대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무리를 지어 지하도를 따라 이동한다. 또 먹고 자는 일상을 모두 해결할 뿐 아니라, 무방비 상태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거나 철저히 감추기도 한다.

현재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Metropolis in Sub-Way-World(기획자 김상우)’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지하철에 관한 인문예술 복합프로젝트다.

강홍구(사진), 김정주(드로잉), 금혜원(사진) 등 작가 9명과 김상우(미학), 권경우(문화연구)등 연구자 6명은 지난해 3월부터 팀을 이뤄 지하철을 테마로 작품을 기획하고 관련 글을 썼다.

전시를 총괄한 김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지하철은 지상세계와 견줄 만한 거대하고 고독한 ‘지하세계’이자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아침 저녁 지하철에서 떼지어 이동하는 군중의 모습은 개별 인간이 아니라 떼밀려 이동하는, 묵묵히 지정된 목표에 ‘배달’되는 사물에 가깝습니다.” 

김씨는 이런 현대인들의 모습을 의지와 의욕을 상실한 ‘유목민’이라고 정의한다. 다수의 유목민이 왕래하는 곳이기에 지하철이란 공간은 늘 매정하고 썰렁해 보인다.(노충현)

지하터널은 더하다. 금혜원 작가가 야간에 지하철 통로에 들어가 촬영한 지하철 터널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터널은 현대인의 지독한 외로움을 닮았다. 현대인들은 암흑처럼 깜깜한 터널을 ‘푸코의 진자’처럼 무한 왕복하며 그 안에서 눈물 흘리고, 위로 받는다.(권경우)

뿐만 아니라 지하철은 잘 짜인 속도와 시간의 논리를 강요당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하철에 몸을 싣기만 하면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런 공간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애써 서로 의식하지 않으며 지하철을 기다리거나(권순관) 마주보고 앉아 이동한다.(인효진) 이종님 문화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의 지적처럼 마주보고 앉은 사람들은 결코 타인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관음적 욕망(앞자리에 앉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흘끔거리는 것),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완성되는 욕망(경쟁하듯 명품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 등 2중의 상반된 욕망을 내포한다. 

또 지하철은 한국 근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담고 달린다. 최초의 서울 지하철 개통식이 열린 날은 언제일까? 흥미롭게도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 있던 1974년 8월15일이다. 1호선이 70년대 근대화를 알리는 깃발이었다면, 2~4호선은 80년대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산업자본주의의 상징이었고, 5~8호선은 90년대 본격 소비자본주의를 드러내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김상우) 1호선이 종로3가, 탑골공원으로 갈 수 있는 노인들의 영역이라면,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2호선은 대학생 및 젊은 세대의 영역이다.

자, 이쯤 되면 매일 별생각 없이 몸을 싣던 지하철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게다.

오늘 퇴근길에는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마주앉은 ‘그’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너무 바빠서, 혹은 반복된 일상에 무뎌져 터널과 같은 외로움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전시는 22일까지 계속된다. (02)723-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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