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드법’ 없애겠다" 여성악법 개정 추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1988년 여성을 옭아매는 악명 높은 악법인 후두드법(간통처벌법)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출범했다.

79년 제정된 후두드법은 모든 혼외 성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으로, 파키스탄 여성의 인권을 탄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이 법에 의하면 성폭행당한 여성이 피해를 주장하려면 ‘독실한 무슬림 남성 4명’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만약 입증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간통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 돌에 맞아 숨지는 등의 극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성폭행한 남성을 처벌할 수 없어 남편이 다른 여성과의 재혼을 원하거나 부인에게 앙심을 품을 경우 부인을 간통죄로 몰아가는 사례도 흔하다. 2006년 기준 수감된 파키스탄 여성 6000여명 가운데 60% 이상이 후두드법에 의한 피해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슬람 세력의 반발에 밀려 개정 추진에는 실패했다. 지난 2006년 11월에 이르러서야 법의학과 정황 증거를 토대로 성폭행 유죄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외에도 부토는 여성부를 신설하고 여성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해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시도했다. 94년에는 국제언론사진기자단이 부토가 파키스탄 최초로 전 직원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경찰서를 만든 것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경찰에 의한 강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부토는 임신 중에 총리 선거에 나서고, 총리 재임 중에 3명의 아이를 낳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88년 총리 집권 후 야당은 “파키스탄 정부 법에는 임신한 총리에게 출산휴가를 주라는 조항이 없다”며 대통령과 군부에 총리의 해임을 요구했다. 여성이 이슬람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부토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출산휴가 조항은 총리에게도 암묵적으로 해당되며, 지도자가 잠시 아프다고 헌법상 국가위기는 아니다”라고 맞서 정부의 지지를 얻어냈다. 부토는 둘째아이를 낳기 직전까지 의회 회의를 주재하고, 제왕절개수술로 낳은 후 바로 다음날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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