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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로 서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의

사령탑 김상희.이경숙.정강자 공동대표(왼쪽부터)

한국여성민우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9월5일 세종문화회관 세

종홀에서 열린 창립10주년 기념행사장에는 이연숙 정무(2)장관, 신낙

균 국회의원, 최영희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지은희 한국여성단체

연합 상임대표, 이계경 여성신문사 사장, 이효재 정대협 대표 등 각

계 인사를 비롯해 민우회 회원들이 참석해 민우회가 여성운동계에서

큰 자리로 성장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민우회는 명망가 중심의 여성운동의 판도를 생활속에서 보통여성들

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여성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한다는

취지아래 87년 9월 12일 창립됐다. 10년전 1백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민우회는 1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4천명의 회원을 갖게 됐고 불어난

회원수 만큼 민우회의 창립이념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타

가 공인한다. 현재 민우회는 서울남부, 서울 남서, 서울동북, 성남,

고양, 진주 등 6개 지회를 운영하는 전국조직으로 뿌리내렸다. 95년

제2기 지방의회선거에서는 2명의 광역의원과 4명의 기초의원을 배

출,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도모하는 물꼬를 트는 데 기여했다.

89년 12월부터 시작한 생활협동사업은 5세대가 한단위가 되어 유기

농산물을 공동구입, 공동분배하는 지역공동체사업으로 현재 회원 3

천명을 확보하고 있는 민우회의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부설기관으로

‘가족과 성 상담소’를 운영중이며 고용평등추진본부(95년)와 일하

는 여성의 집(97년)을 통해 일하는 여성의 훈련과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정보화 사

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민우회는 ‘바른의정을 위한 여성모임’, ‘주부풍물패 단

비’, ‘종량제를 감시하는 녹색주부모임’ 등 생활과 직결된 여성

운동을 펼치는 조직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왔으며 가족이기주의에

서 벗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주부상인

‘사회주부’라는 개념을 대중화 시키기기도 했다.

카리스마를 가진 1인 지도자에 의존하지 않고 실무형 대표를 중심으

로 의식있는 익명의 다수가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개미처럼 움직일

때 나올 수 있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준 것은 민우회가 여

성운동에 기여한 가장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민우회 세명의 대표들

이경숙·정강자·김상희씨

마흔 다섯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젊음을 보이는 이경숙, 정강자,

김상희 대표가 현재 민우회를 이끌고 있다. 세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나이가 같고, 출신 대학이 같고, 또 모두 여성평우회의 진통을 거쳐

설립된 한국여성민우회의 창립멤버라는 점에도 공통점이 있다.

노동분야를 맡고 있는 정강자 대표는 도시산업선교회, 사무노련을

거쳐 여성노동운동으로 일관해온 여성운동가. 고용평등추진본부를

만들어 평생평등직장 확보를 위해 노력하던 중 올해는 ‘일하는 여

성의 집’을 개설 직업훈련 분야까지 맡게 된 정 대표는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어깨가 무거울 뿐이라고 말한다. 기업체가 신입사

원 채용조건으로 용모제한을 명시한 데 대해 항의했던 일이 인상에

남고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 2심 패소했을 때는 울기도 했다는 정 대

표는 고용평등을 위한 감시활동이 어렵고 여성노동력이 비정규직화

되는 등 노동분야에서는 여성을 점점 더 조여들어오는 압력을 느낀

다고 말한다. 이 분야는 한 개인이나 작은 NGO의 노력으로 대처하

기에는 역适렝막?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대표와 대학시절 흥사단 아카데미에서 함께 활동한 김상희 대표

는 현재 환경과 복지 분야를 맞고 있다. 김상희 대표는 사회주의 여

성해방론의 고전인 쥴리엣 미첼의 의 역

자이다.

“10년 전 민우회를 만들 때는 ‘정말 될까?”하는 생각이었어요.

여성대중조직을 꿈꾸지만 그게 가능할까 했는데 정말 10년이 되었어

요. 민우회는 90년대 초 여성운동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주도해왔다

고 평가받는데 여성운동을 환경, 매체, 교육, 생협 등의 생활과제로

넓히면서 여성대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공간을 넓혀온 것이 성공

적이었다고 생각돼요.”

김상희 대표는 앞으로 민우회가 여성운동 대중화에 성공했지만 대

중화는 아직도 미완의 과제라고 말한다. 앞으로 더 대중화 되야 하

고 그와 함께 전문성이 심화되어서 생활영역에 완전히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10년 이후를 다짐했다.

정강자, 김상희 대표가 이화여대 학생운동 출신이라면 상임대표 이

경숙 씨는 모범생 출신의 여성운동가다. 이대 신방과의 모범학생으

로 올A 성적표를 자랑하던 이 씨가 여성운동가로서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인생을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의 성차별을 경험하면서이다. 사

보책임자로 유일한 대졸여사원으로 첫 출근求?날부터 책상닦기의

잡무에 직면해야 했던 그였다. 회사내에서 서서히 여성운동을 시작

하게 됐는데 그가 선택한 해법은 상당히 온건한 것이었다. 다른 고

졸 여직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1년 후 담당상관에게 1년간 닦아보니

힘도 들고 업무 능률에 지장이 있더라라고 설득했고 그 이후로 여직

원들의 책상닦기는 없어졌다. 그 외에도 월급차별을 간신히 평등임

금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단지 자존심 차원에서 했던 성차별투쟁은

퇴사 이후 대학원 진학, 여성단체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여성운동으

로 발전해갔다.

92년 시작된 지역활동을 하면서 정답만 말하는 모범생 체질을 대중

적 체질로 바꾸느라 무던히 애를 썼다는 이경숙 대표는 민우회의 10

주년을 미완의 과제에 대한 아쉬움 속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버

텼다는 데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앞으로의 10년을

또 다른 어려움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이경숙 대표는 실무자들의 생

활이 보장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안정이 시급하

다고 말한다.

어려운 여건 견뎌낸 중간 스탭들 10년차인 정양희, 최명숙, 조정하

정강자 대표는 민우회를 허리가 튼튼한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어려

운 여건 속에서도 저력있게 버텨온 중간 스탭들이 민우회 10년사의

최고 공신들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집의 정양희 사무국장, 여

성노동센터의 최명숙 사무국장, 미디어교육본부 추진위원인 조정하

씨는 현재 10년차인 민우회의 실무진이다. 이들을 비롯해 민우회에

는 29명의 실무진이 뛰고 있다.

이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학생운동 선배들을 따라 여성민우회

의 한 기둥역할을 맡고 있는 조정하 미디어교육본부 추진위원.

“그야말로 쓰레기에서 통일문제까지 너무나 많은 주제를 가지고 뛰

다보니 한가지에 집중할 수 없어 지칠 때가 있었지요. 그러다 주변

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사법고시 합격하고 하는 등으로 자기 길을

정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갈등이 생겼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요. ”

지난 10년간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한 조정하 씨의 답변에서는

그간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실상이 생생하게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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