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구원 연구단절 최소화 정책포럼’서 지적

“저희 같은 경우는 시약 같은 걸 많이 만지고 발암물질에 둘러싸여 사니까 걱정이 많이 되죠. 내가 이렇게 실험실에서 생활하다가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싶고요.” (A 민간벤처기업 재직 연구원)

“여성연구원이 출산휴가를 다녀오면 점수를 깎는 게 다반사예요. 모 기관 같은 경우에는 인사고과 등급이 S, A, B, C, D, E로 돼 있는데, 출산휴가를 다녀오면 무조건 C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C가 사실은 굉장히 좋지 않은 등급이거든요.” (B 공공연구소 재직 연구원)

이공계 여성연구원의 연구단절을 막기 위해서는 연구실 환경을 여성·가족 친화적인 환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과학기술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숙명여대 여성HRD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여성연구원 연구단절 최소화 정책포럼’에서 이영민 숙명여대 여성인적자원개발대학원 교수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연구실을 떠나는 여성연구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기관에 보육시설과 방과후 보육(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유해한 실험환경으로부터 연구인력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건강진단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여성연구자들이 연구를 그만두는(연구단절) 최대 원인은 보육 및 자녀교육 문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공계 학과가 설치된 대학 280개교 중 15.4%만이 보육시설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학기술분야 공공연구기관 141개와 기업체 연구소 200개 중 각각 11.3%, 10.6%만이 보육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었다.

반면, 유아 및 미취학 아동을 위한 보육시설에 대해 대학(43.5%), 공공연구기관(39.2%), 기업체 연구소(27.5%) 순으로 요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해한 실험환경으로부터 모성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실 환경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주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으나, 연구인력 상당수가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 여부를 진단하는 건강진단 등 안전대책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구실을 안전한 환경으로 만들면 여성연구자뿐 아니라 동일한 환경에서 일하는 남성연구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직장보육시설 설치·운영 지원방안 확충 ▲이공계대학 실험실 연구인력 건강진단 시스템 도입 ▲공공·민간 연구기관의 산업안전보건관리 실태조사 및 건강검진 의무화 ▲여성 활용 우수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상시 고급과학교실 운영 ▲채용장려금 및 교육 바우처제도 시행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의 정책보다는 먼저 이공계 여성의 연구단절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인력정책연구단장은 “이공계의 경우 사실상 연구단절 이후 재취업은 어렵고, 업무 특성상 여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24시간 실험실에서 근무해야 하는 특성을 살려 야간보육시설을 운영하는 등 좀더 현실적인 방안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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