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는 나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기계발서를 읽는 당신들이 나쁩니다. 비겁합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독서광이었다고, 갑자기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며, 갑자기 학문의 힘을 비겁하게 이용하려고 하시나이까?

책이라는 것, 학문이라는 것, 아카데믹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이론화된 것들은 ‘실패’가 없는 안전함을 보장합니다. 또한 이것을 지성의 힘 아래 자신의 ‘실패’를 변명하기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로 이용하는 모순된 자작극을 벌이는 당신은 언제까지 이 가증스러운 행위를 계속하실 건가요?

저도 자기계발서를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다시 보게 되진 않더라고요. 물론 여자를 위한 자기계발서도 읽어봤죠. 그 후 저는 ‘자기계발서는 나쁘다!’에서 ‘여자를 위한 자기계발서가 더 나쁘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바로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멋진 여자’가 되기 위한 방법 중에 꼭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남녀관계에서 우위를 독점하는 전략’ 편입니다. 자주 언급되는 것은 ‘남자 보는 눈을 낮추지 말 것’, ‘작업 기간은 몇 주를 넘기지 말 것’, ‘나쁜 남자를 유혹하라’는 것인데, 그런 글들을 다 보고 나면 ‘지금 남자를 만나라는 거야? 만나지 말라는 거야?’… 더 헷갈립니다. 그리고 남녀 사이에 우위를 독점하라고 말하는데, 사람 사이에 높고 낮음이 어딨나요?

제가 그런 글들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속에서 우리의 모순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온달을 알아봤던 평강공주 얘기를 예로 들며 ‘될 만한 싹을 보는 눈을 길러라’, ‘좋은 남자를 고르라’고 하고선 다시 ‘나쁜 남자를 유혹하라’고 이야기하니 말이죠.

이런 것들이 모여 ‘결혼은 현실이다!’ 편에서 집결되었을 때 불편함은 절정을 달립니다. 왜 마냥 꿈같은 사랑을 꿈꾸며 황홀경에 빠져 있다가, 결혼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좋은 남편감인가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아닌 것 같으면 과감하게 선수 교체를 하라고 하는지 말이죠. 왜 나랑 살 남편인데 그 책에 제시된 매뉴얼에 따라 깐깐하게 고른 남자를 데리고 자기계발서의 저자 말에 따라야 할까요?

이 모든 것이 여성들을 ‘정형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마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다양한 여성들이 자기계발서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뭇 언니의 말만 따라 일하고 연애하는 유약한 ‘여자’가 되는 것이죠.

자기계발서를 손에 잡고 있다고 해서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쳐 느끼고, 깨지고, 때론 피를 흘리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비용을 당당하게 지불하자고요. 그래야 나중에 당당하게 큰소리 ‘뻥!’ 칠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적어도 비겁하진 않았노라”고 말이죠.

우리는 지금 디저트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일정한 재료를 주어진 레시피에 따라 정확하게만 실행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기만의 손맛을 살린 레시피를 차곡차곡 만들어가며 잘만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계발(啓發)’을 할 때가 아니라 ‘개발(開發)’을 할 때이고, 그러기 위해서 ‘자기’에 주목할 때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나의 장단점, 지양하고자 하는 것들을 떠올려봄과 동시에 ‘자기 본질’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책에서 알려주는 ‘삶의 방법’들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해 알아야 된다는 것이죠.

우리가 활자를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한다고, 인생이 달라지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지금 이렇게 안달이 났는지 머리를 굴려볼 게 아니라, 몸의 기억을 상기시켜 보세요. 머리는 백번의 기억을 한순간에 잊어버리지만, 몸은 한번 기억한 건 절대 잊지 않거든요.

가만히 앉아 몸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안에 내장되어 있는 자기계발 폴더가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깨닫고, 몸에 저장해놓았던 수많은 반가운 리스트들이 머릿속의 골든벨을 울립니다. 이미 우리가 한권의 자기계발서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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