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많이 채택할수록 양성평등 대통령 성큼”
-10대 과제를 연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대선후보들이 여성·가족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내놓은 여성공약을 살펴보면 전체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파편적인 것들이 상당수다. 그마저도 정당별로 큰 차이가 없다. 정책연구자로서 앉아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연구를 묶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여성·가족정책의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선 전에 발표하는 이유는?
“지난 200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신정부 여성정책 10대 과제’를 제출했지만, 다른 정책의제에 밀려 우선순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거 전에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가족정책이 국가정책 아젠다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인가?
“당선되는 대통령에게 성인지적 관점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배울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성정책이 더 이상 소수 여성에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다방면의 노력으로 양성평등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다. 이제는 양성평등 의식이 없으면 표가 깎인다는 사실을 ‘주류’로 만들어야 한다. 대선후보마다 사회통합을 외치는데, 양성평등 의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10대 과제 발표가 성인지적 관점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여성단체에서도 대선 여성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여성단체는 각 단체의 지향과 특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면, 연구원은 왜 이 공약을 채택해야 하는지 후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일종의 ‘여성·가족정책 백과사전’인 셈이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연구진의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일주일 단위 회의를 열어 틀을 잡았고,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여기에 기존 연구원 보고서에는 넣을 수 없었던 아이디어 차원의 과제도 포함했다.”
-과제 숫자가 너무 많지 않나?
“10대 과제 50대 세부과제 모두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정당마다 자기 색깔에 맞는 여성·가족정책 과제를 선별적으로 택하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각 정당이 가진 여성정책에 대한 방향성과 역량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10대 과제를 선정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사회 양극화로 인한 여성의 빈곤화 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통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일자리의 질적·양적 개선을 통해 여성 비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건강이나 안전 등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정책을 중요 과제로 설정한 것도 이번 연구의 특징 중 하나다. 몸이 건강해야 자립도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역할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능력문제를 떠나 부처의 존재 자체가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할 부처가 아니라 오히려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역할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다 세분화되고 정교한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각 정책의 전문성 수준을 높이고, 다른 정책과의 조정과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역량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