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차기정부 여성·가족정책 10대 과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가족 내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다.

가족돌봄 ‘현금 급여’로 보상

박영란 강남대 교수는 ‘돌봄노동의 사회적 지원 확대’를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그동안 무보수로 이루어져온 가족 돌봄노동에 대해 국가가 현금 급여를 지급하는 등 공식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최근 돌봄노동에 대한 현금 급여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현금 급여는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직접 지급되는 수당뿐만 아니라, 서비스 기관에서 돌봄노동 제공자에게 주는 임금, 돌봄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형태의 경로임금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박 교수는 “현재 가정에서 노인을 수발하는 여성의 25%가 노인돌봄 부담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상태”라며 “현금 급여의 장단점에 대한 균형 잡힌 분석을 통해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가족돌봄 여성들의 경력단절 예방대책 마련 ▲노인돌봄과 취업활동을 병행하는 여성 지원정책 도입 ▲돌봄노동 제공자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등을 제안했다.

한명만 낳아도 국민연금 인정 

국민연금 제도를 활용한 양육노동 보상방안도 제시됐다.

한 자녀를 출산한 경우 12개월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하고, 추가로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의 ‘육아 크레딧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되는 ‘출산 크레딧 제도’보다 대상범위를 더욱 확대한 것이다. 현행 출산 크레딧 제도는 2자녀 이상 출산한 경우 12개월에서 최장 50개월까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를 담당한 황정미 KWDI 연구위원과 김안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보험의 가입자 수 확대를 위해서는 여성의 취업과 자녀 출산 및 양육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정의 차원에서 크레딧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아동을 둔 양육자에게도 육아 크레딧의 일환으로 일정기간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산·육아휴직 남성도 수혜대상으로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나 탄력적 근무형태 등 가족친화적인 직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하는 모든 정책에 있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을 수혜대상으로 삼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기업문화 속에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여성 혼자 돌봄노동을 떠안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이로 인해 여성의 경제활동 선택에도 제한이 가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현행 3일 무급인 배우자출산휴가를 2주 유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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