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독서문화 보완 따뜻한 사회·문화운동”
‘책따세’ 주도 ‘지식의 나눔·사랑의 더함’
1인 한권씩 전자책 형태로 무료로 공개케

보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자는 새로운 문화운동이 교사와 작가들에 의해 시작됐다. 현직 교사들의 독서모임인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대표 허병두 숭문고 교사, 이하 책따세)이 벌이는 ‘1저자 1저작권 공개운동’이 그것. 책따세는 지난 5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도서관에서 이 운동의 정식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강남 8학군의 학교 도서관과 시골마을이나 외딴 섬의 학교 도서관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차이를 보입니다. ‘1저자 1저작권 공개운동’은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왜곡된 독서문화를 보완하기 위한 따뜻한 사회운동입니다.”

허병두 책따세 대표는 이번 저작권 공개운동의 의미를 힘주어 말했다.

저작권 공개운동은 저자들이 자신의 저작물 중 한권을 전자책 형태로 인터넷에 무료 공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저작권은 인터넷 환경에서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범위를 한정하는 일종의 ‘전송권’으로 책의 형태로 판매되는 일체의 저작권 수입을 저자가 포기하거나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허 대표는 “저자들이 책을 내게 된 것이 자신의 재능뿐만 아니라 일정 부분 이 사회의 전통과 문화, 사회적 분위기 덕임을 인정하고 저작물 중 일부를 공적 재산으로 환원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시작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가진 책을 읽히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더군요. 저자들에게 함께 할 것을 호소했을 때 많은 분들이 흔쾌히 동의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모두 51명의 저자가 책따세의 운동에 참여하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시인 도종환, 안도현, 나희덕, 김승희, 정희성, 소설가 성석제, 신경숙, 이순원, 장정일, 이청준, 박상률씨 등 문학인뿐 아니라 김찬호(한양대), 최준식(이화여대), 김민웅(성공회대), 이상엽(KAIST), 강수돌(고려대) 교수 등 학자들도 동참했다. 또한 과학저술가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대표, 이주헌 미술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도 뜻을 보탰다.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태양의 아이’의 저자인 일본 소설가 故 하이타니 겐지로의 경우 유족에게 허락을 얻어 공개됐다.

전자책의 공개는 새롭게 만들어진 책따세 홈페이지(www.readread.or.kr)를 통해 이뤄진다. 도메인인 ‘readread’는 ’책을 읽자, 읽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지난 5일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성석제) ▲한비야의 중국견문록(한비야) ▲뿌리에게(나희덕) ▲책따세와 함께하는 독서교육(책따세)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고병권) ▲이인식의 과학나라(이인식) ▲태양의 아이(하이타니 겐지로) 등 10권이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매주 한권씩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다.

책따세의 저작권 공개운동은 단순히 지적재산권을 공개하는 ‘카피레프트’(copy left)에 그치지 않는다. 책따세 교사들이 책을 추천하는 동영상을 찍어 홈페이지에 실었고, 아이들이 읽은 책의 감상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청소년들이 책을 재미있고 알차게 읽을 수 있는 활용방안을 개발했다. 허 대표는 “‘지식의 나눔과 사랑의 더함’이 저작권 공개운동의 기본 정신”이라며 “앞으로도 책따세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보다 많은 청소년들과 책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문화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범식에는 책따세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저자들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1호 과학저술가로 유명한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은 “저자 입장에서 자신이 낸 책의 일차적인 목적은 판매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책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저작권 공개운동에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지식은 민주적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계속해서 공유될 수 있을 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이번 운동은 지식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라고 밝혔다.

책따세는 지난 98년 청소년들을 위한 바르고 즐거운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순수 비영리 모임. 청소년을 위한 추천도서 목록, 도서 활용방안 개발, 청소년 전용도서관을 위한 ‘푸른 도서관 운동’ 등을 전개하며 교사뿐 아니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모임으로 발전했다.

허병두 대표는 “지적재산권이 강화되면서 인류 문화의 바람직한 공유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많을 것”이라며 “앞으로 영문 사이트도 만들어 전세계 저자들과 함께 저작권 공유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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