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세균은 모두 우리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이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세균은 주로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생명체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대장균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세균이다. 세균은 생명체이므로 자신의 능력으로 번식할 수 있는 생명체로서의 기본적인 특징을 갖는다. 세균은 번식 능력이 매우 좋아 대장균 같은 경우 20분에 한번씩 분열하면서 자신을 복제한다. 세균이 매우 빨리 번식하므로 세균에 의해 전염되는 병은 쉽게 퍼질 수 있다. 항생제는 세균이 생명체로서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과정을 억제하여 세균을 죽이므로 세균으로 인한 질병은 많은 경우 항생제(antibiotics)로 치료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생명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특이한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분명 자신을 만들 수 있는 정보인 유전체를 DNA나 RNA 같은 핵산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체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그 유전정보를 이용해 번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즉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고 그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자기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들을 만들어낼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오직 우리가 숙주(host cell)라고 부르는 다른 생명체를 이용하여서만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고 증식할 수 있다.

생명체와 무생물을 가르는 가장 큰 특징이 자신과 같은 개체를 재생산할 수 있는 생식능력이라고 볼 때 바이러스는 그래서 생명체와 무생물의 중간에 놓여 있는 재미있는 존재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그 자체가 생명체가 아니므로 아무리 항생제를 처리해도 영향을 받지 않아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항생제로 절대 치료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항생제를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에 처음 공부하러 갔을 때 감기가 심해 의사한테 갔는데 한참 진찰을 하더니 참 아프겠다면서 집에 가서 물 많이 마시고 쉬라고 하며 아무 약도 처방해 주지 않고 80달러나 치료비를 내라고 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감기에 약 먹던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 당황스러웠지만 우리가 얼마나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바이러스 질환에 항생제를 먹는 자체가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나 이렇게 항생제를 마구 사용하면 우리 몸에 있는 세균들 중에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는 세균들만 선별하는 꼴이 된다. 하여 다음에 진짜 몸에 해로운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는 항생제를 써도 잘 듣지 않고, 듣더라도 더 많은 양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꼭 항생제로 치료해야 하는 세균에 의한 감염일 경우는 10일에서 2주 정도 항생제를 연속 복용하여 세균을 완전히 박멸하고 내성을 갖는 세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 때문인데, 세균은 일단 내성 유전자를 갖게 되면 그 유전자를 포함하는 조그만 DNA 조각을 쉽게 다른 세균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은 빠르게 주위의 다른 세균들로 퍼져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항생제 내성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면 세계적으로 생산된 50% 이상의 항생제가 우리의 먹거리인 가축들의 사료에 포함되어 소비되는 현실을 아는 것은 큰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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