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독감 백신은 없죠 조금 쉬어가면 어떨까요
감기·독감 백신은 없죠 조금 쉬어가면 어떨까요
  • 송기원 /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 승인 2007.11.02 13:43
  • 수정 2007-11-02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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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면서 온갖 색의 향연으로 불타는 나무들을 보며 생명의 사그라짐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은 항상 일교차가 큰 날씨와 함께 오므로 감기의 계절이고, 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감기는 왜 걸릴까. 감기의 원인은 감기 바이러스다. 그렇다면 왜 계절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예방백신을 만들지 않는 걸까. 또 다른 예방주사는 아기 때 몇번만 맞으면 평생 면역이 생기는데, 왜 독감 예방주사는 매해 맞아야 하는 것일까.

바이러스는 크게 바이러스가 가진 유전정보의 형태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보통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DNA를 유전정보로 갖고 있는 데 비해 바이러스의 경우는 DNA를 유전정보로 갖는 것도 있으나, RNA라고 하는 DNA와 매우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핵산을 유전정보로 갖는 것들도 있다. 요즘 우리를 괴롭히는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 그리고 에이즈 바이러스 등이 RNA를 유전정보로 갖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혼자의 능력으로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하고 번식할 수 없으므로 숙주에 감염하여 숙주세포가 갖는 여러 가지 기능을 이용한다.

DNA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그 숙주세포가 갖는 유전정보의 형태도 DNA이므로 숙주세포의 DNA 복제 기능을 그대로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DNA를 복제해 번식할 수 있다.(사람과 같은 숙주의 입장에서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왕성히 활동하는 괴로운 상태다). 그러나 RNA 바이러스는 숙주세포 안에 바이러스의 유전정보인 RNA를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없으므로, 숙주세포로 들어가면 RNA에서 DNA를 만들고, 이렇게 만든 DNA로부터 숙주세포의 기능을 이용해 다시 RNA를 만들어 복제한다. 

보통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정확하게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유전정보인 DNA를 복제할 때 에러가 생겨 DNA의 정보가 변하는 변이를 막는 여러 안전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DNA를 유전정보로 갖는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안정적으로 자신을 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소아마비 바이러스 같이 DNA를 유전정보로 갖는 바이러스는 숙주에서 복제될 때도 유전정보와 특성이 잘 보존되므로 쉽게 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RNA 바이러스가 숙수세포에서 그 유전정보인 RNA로부터 DNA를 만들어 복제하는 과정에는 보통 DNA를 복제할 때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없다. 따라서 RNA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는 복제되는 과정에서 많은 에러가 발생하여 다양한 변이체로 바뀌므로 계속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로 변하게 된다. 감기는 몇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걸리는데 이들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이므로 계속 형태가 변하여 이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도 다음번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는 별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예방백신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또한 매년 많은 노약자들의 목숨을 빼앗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것인데, 이 바이러스도 RNA 바이러스여서 계속 유전정보와 형태가 변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매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고, 예방주사를 맞아도 완벽하게 독감을 예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물을 많이 마시고 쉬는 것뿐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쩌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에게 조금 쉬어 가라며 자연이 주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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