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피임약 정말 안전한가

지금까지 여성들이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인 ‘야스민’이 출시되면 병원 처방전이 있어야 약을 살 수 있다. 때문에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피임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여성들이 구입할 수 있는 경구피임약은 바이엘쉐링 제약회사에서 생산되는 ‘마이보라·미니보라·트리퀼라’, 일동제약의 ‘미뉴렛·오부라로’, 한국오가논의 ‘머실론’ 등이 있다. 경구피임약은 유통과정에서의 철저한 관리체계뿐만 아니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허술한 관리체계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피임약 시장은 지난 2005년 140억원에서 올해 200억원 정도로 커지면서 건강한 피임을 위한 의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학계와 제약업계는 야스민 출시와 관련해 “여성들의 호르몬제 사용에 따른 부정적 인식을 차단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역할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김숙희 산부인과 원장이자 한국여의사회 이사는 경구피임약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피임방법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초에는 과다한 용량을 사용해 여러 부작용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작은 용량으로도 피임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입증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서른 전까지의 모든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능이 좋은 피임법이 경구용 피임약”이라며 “처음 복용 시에는 약간의 구역질과 월경할 때 두통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으며, 여드름 등의 피부 트러블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고혈압, 심장질환, 간질환,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으니 약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의사와 꼭 상담하고 복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원장의 지적대로 피임약의 안전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야스민을 출시한 바이엘쉐링 제약회사는 최근 경구피임약 ‘다이안느35’에 대한 과장광고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여러 가지 위험성으로 인해 피임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던 약품을 ‘여드름이 있는 여성에게 좋은 피임약’으로 광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

‘다이안느35’는 미국에서 시판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여러 부작용의 위험 때문에 항생제도 듣지 않는 여드름 2차 치료제로 단기간만 사용하도록 규제받고 있다. 또한 영국 정부당국은 피임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라는 안전성 권고서한을 의사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강아라 간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쉐링 측이 허가사항 변경에 응한 것은 그동안 여성의 건강권을 담보로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약회사가 외국의 부작용 사례를 은폐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경구피임약 복용에 대해 한의학쪽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의사들은 여성들이 취할 수 있는 피임방법인 피임약 복용, 자궁 내 장치 등의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피임약을 먹다가 끊었을 경우 일시적으로 배란과 월경이 돌아오지 않는 등 호르몬 이상작용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현주 움여성한의원 원장은 “여성들의 피임약 복용은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체중 증가, 두통, 메스꺼움, 기미 등의 부작용 때문에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문 원장은 “장기간 피임약을 복용했을 경우 다시 임신하기 위해 복용을 중단해도,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월경이 불순해지고 배란이 잘 되지 않는 사례를 임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궁 내 장치에 대해서도 “착상을 방해하기 위해 자궁 내에 삽입하는 이물질로 요통이나 과다출혈, 염증, 심한 경우 자궁천공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먹는 피임약의 원리

여성들이 피임약을 복용함으로써 임신을 막는 경구피임법은 난소에서 난자가 배란되는 것을 막는 원리로 이뤄진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복합제인 피임약을 섭취함으로써 난소기관의 자연작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보통 단기간 피임을 원할 경우 이용되는데 월경이 시작되는 첫날부터 21일간 매일 1정씩 계속 복용해야 한다. 21일간 복용한 후 7일간은 중단하는데 이 기간에 보통 월경이 있게 된다. 21일간 매일 복용해야 하므로 하루라도 중단하고 관계를 가질 경우에는 피임에 실패하게 될 수도 있다. 계속 피임을 원할 경우에는 월경 날짜와 관계없이 복용을 중단했던 7일 다음날인 8일째부터 다시 복용을 시작하면 된다.

■ 다양한 피임방법과 유의할 점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피임할 줄 아는 여성이 똑똑한 여성으로 대우받고 있다. 콘돔 사용 등 남성들의 피임을 믿을 수 없고, 여성 자신의 몸을 위해 자신이 직접 적극적인 피임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기구 사용이 늘면서 수반되는 부작용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경구피임약 외에 여성들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피임법과 주의할 점을 함께 알아본다.  

주기법

가장 자연스러운 피임법으로 월경주기에 따른 배란일을 예측해 배란기 때에는 남성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방법이다. 배란일은 기초체온의 변화나 질에서 분비되는 점액의 점도로 예측할 수 있는데, 월경주기가 매달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매달 배란일을 주의깊게 예측해야 한다. 실패할 가능성 또한 높다. 월경주기가 불규칙한 경우에는 예측이 어렵고, 배란일을 잘 알고 있어도 상대 남성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여성 스스로 정확한 배란일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다른 피임법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살정제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여성의 질 내부에서 정자의 활동성을 약화시키거나 죽이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에 비해 효과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살정제는 관계를 갖기 15분 전에 삽입해야 질 내에서 용해돼 효과를 발휘하며, 시간이 지나면 추가로 더 삽입을 해야 한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간혹 제품의 성분 때문에 질 또는 피부에 가벼운 자극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관계 중간에 시간이 지났다고 추가로 삽입하는 행위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궁 내 장치를 삽입하는 방법. 한번 삽입으로 약 5년간 피임효과가 지속되지만 의사의 진단과 삽입, 정기검진 등이 필요해 번거로운 점이 단점이다. 자궁 내 장치는 장치를 삽입하는 것이 적합한지 전문의와 상담한 뒤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 삽입시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모르는 사이 자궁 내 장치가 이탈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작용으로는 삽입시 통증, 경련, 요통, 질 출혈 등이 꼽힌다. 장치 후에는 월경량이 많아지고 월경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질 분비물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다. 중대한 부작용으로 골반 감염 위험성이 지적되며, 드물게 자궁천공이 생길 수 있다.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이나 기형 자궁, 생리통이 심한 경우, 골반감염의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응급 피임약

관계를 가진 지 3일(72시간) 이내에 약을 복용하는 방법. 응급 피임약의 원리는 호르몬 작용이다. 응급 피임약을 복용하면 단기간에 고용량의 호르몬에 노출된다. 응급 피임약에 들어 있는 호르몬은 배란을 지연시키거나 억제하고 정자, 난자가 난관을 통과하는 것을 방해해 수정이 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가장 주된 작용은 자궁내막을 변형시키는 것으로 수정란의 착상을 억제해 임신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약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에만 사용해야 한다. 일반 피임약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심하며 여러번 사용할수록 임신 예방효과가 떨어진다. 부작용으로는 월경주기 장애와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유방통증, 복부통증 등이 있으며 유방암의 위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응급 피임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