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보만 / 스웨덴 전 성평등부 국장
스웨덴은 흔히 '친여성', '친아동' 국가로 분류된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 성평등 담론의 주요한 정치적 배경이 됐다. 스웨덴은 성평등을 위해 남녀 모두에게 보육 보조금을 지급하고, 유급 육아휴가를 지원하며, 남편과 부인의 소득세를 개인별로 징수하고 있다. 또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여성참여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 2004년 성주류화를 위한 특별 6개년계획(2004~2009년)을 도입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모든 정책분야에 걸쳐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가능한 한 모든 부서에서 성평등 목표와 성과기준들을 세워야 한다.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정부 부처에 대한 대대적인 분석작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현재 교통, 사회·안보, 환경, 세금 등 절반 이상의 정부 기관들이 성평등 목표 수립을 포함한 성평등 의무를 부여받았다. 주 행정부도 고위관료들을 보조할 성평등 전문가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시·도 관청, 지역 병원, 대중교통 등의 기관에 성평등과 성주류화에 관한 정보와 훈련을 제공한다.
마리아 파조스-모란 / 스페인 재정부 산하 재정연구소 연구실장
스페인에는 정부와 의회에 대한 모든 중요한 제안은 성별영향평가 보고서를 수반해야 한다는 법이 있다. 그러나 시행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지역별로 성공 여부가 갈렸다. 바스크 지방의 경우 99년 바스크여성연구소를 중심으로 성인지 예산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2002년에는 지역정부의 6개 부서 소속 공무원이 각각 연구에 참여했다. 하지만 여성연구소가 주도하면서 '여성문제'로 간주됐고, 공무원들은 이 일을 부서의 정규업무로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2002년 종료됐다.
반면, 안다루시아 지방은 성공적이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개발이 덜 진행된 지역이었는데, 정부 차원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경부 차관(여성)의 주도로 성인지 예산에 관한 정책을 추진한 결과, 올해부터 각 법안에 대한 성별영향 보고서는 공식 예산서류 중 하나가 됐다.
재닛 베이치 / 영국 여성예산그룹 공동의장
영국의 여성예산그룹(Women's Budget Group·WBG)은 자선단체의 기금으로 10년 전 설립됐다. 여성주의 경제학자들과 여성평등 로비스트들로 구성됐다. 재정경제부와 여성평등부의 의뢰를 받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성인지 분석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매년 4월께 예산 사전검토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최근 성과 중 하나는 재경부가 WBG의 주장을 수용해 '주 소득자'에게 주어지던 아동소득공제(CTC)를 지난 2003년부터 '주 보호자'(주로 여성)에게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성인지 예산제도를 법으로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재경부는 지출지침에 모든 정부기관이 예산을 편성할 때 성별영향을 포함한 주요 분배효과를 검토할 것을 의무화했다. 영국은 올해 4월 성차별법을 '성평등의무(GED)'로 대체했다. 이 의무는 정책결정을 비롯해 교통수단과 같은 공공서비스, 채용과 탄력적인 업무 등 고용의 실질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릴린 막스 루빈 /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공공행정학 교수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1998년 4월 미국에서 최초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조례로 채택했다. 조례 시행을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99년 젠더분석을 위한 지침서를 마련했고, 2003년 2월 5개년 전략계획을 수립한 후 해산했다. 현재 여성지위위원회의 분과위원회로 대체돼 활동하고 있다. 위원회 활동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청소년보호감찰원이 보호감찰을 받는 여성청소년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파악해 여성청소년만을 위해 2명의 보호감찰관을 추가 배치한 것을 들 수 있다.
이후 LA가 2003년 12월 CEDAW 조례를 통과시켰고, 올해 9월에는 조지아주 풀톤카운티 정부가 성평등본부 설립을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만줄라 크리쉬난 / 인도 여성아동개발부 경제자문관
올해 3월 인도 재경부는 '성인지 예산 담당(Gender Budget Cells·GBCs) 선언서'를 공표했다. 이 선언서는 GBCs의 구성과 기능을 언급하고 있는데, 계획·정책·중재·예산 부서 등 관련 부서를 고위공무원 및 중간실무진 공무원으로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78개 중 52개 부서에서 GBCs를 만들었고, 이 GBCs는 부처 내에서 혹은 서로 다른 부처를 아우르며 성인지 예산 관련 발의안 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 각 정부 부처가 발의한 성인지 예산 관련 법안으로는 ▲마이크로크레딧(무보증소액대출) 제도의 여성 접근성 제고(재경부)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취약한 여성을 위한 건강보험 계획(보건복지부) ▲위생적인 여자 공중화장실 설치, 여성친화적인 교통시설 및 가로등 설치(도시개발부) 등이 있다. 글=권지희 기자/ 사진=정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