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보다 중요한건 개개인의 삶의 질 높이는것
대선후보도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깊이 성찰하길

다시 입시철이 돌아왔다. 청소년들의 자살, 잿빛으로 변해버린 학교와 교실, 심야에 (책가방을 지고) 학원가를 전전하는 아이들 문제에 대한 탄식의 목소리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대신에 입시, 일류대학, 수능점수, 경쟁력 같은 용어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계절이 온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언제쯤 이 버텨내기 힘든 긴장상태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이 바람은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이나 군부독재로부터의 해방이 이루어진 지금 더욱 간절하다. 그러나 현실을 바라보면 상황은 정반대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으로 애타는 노릇이다.)

그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것이나, 나로서는 이를 단지 대학입시제도에만 돌릴 생각은 없다. 문제의 소지는 국민들의 의식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며, 또 여기에는 어떤 복합적인 접근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누구의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일에는 그 책임의 주요 소재가 있는 법이다. 나는 그 가장 큰 책임을 우리나라의 정부와 교육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일선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 각자가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지금은 대선정국이다. 그래서 후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그간 역대 정부들이 범한 오류나 시행착오를 맴돌지 마시라. 그리고 현 상황을 정말이지 근본적으로 깊이 있게 성찰해달라. 그때그때 땜질하는 식의 미봉책이나 소위 영미 등 선진제국으로부터 직수입한 최신 이론이라고 하는 것들을 우리 상황에 무사려하게 대입하는 식에 대해서는 넌더리가 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경쟁력 강화'는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명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그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에게 좀더 절박한 문제는 경쟁력이라기보다는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파탄상태'에 내몰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이다.

근래 들어 유럽대륙 국가들에서도 세계화 과정에 대한 요구에 따라 경쟁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그에 상응한 변화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 이들 나라에서 경쟁은 우리나라보다는 좀더 완화된 형태로, 즉 개개인이 힘겹지만 나름대로 짊어지고 갈 만한 무게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경쟁력 강화를 향해 움직이는 형세는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그 전체 구조는 다르다는 말이다. 한쪽이 경쟁구조 위에 다시 한번 경쟁구조를 강도 높게 쌓아가는 형세라면, 다른 한쪽은 느슨한 경쟁구조로 인해 약화된 것으로 진단된 학력을 보강하기 위해 경쟁력 문제를 고려하는 형세인 것이다.

즉 한쪽에서 끊임없이 상승되어 왔던 경쟁구조라는 전제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교육을 위한 관심에 의해 조율되어온 학교교육이라는 또 다른 전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이 후자와 관련된, 인간 개개인과 삶의 질에 대한 문제의식이라는 말이다.

몇년 전 독일 '뮌헨교육연구소' 주관으로 한국 학교를 탐방했던 게르다 마르틴 교장의 이야기 중 한 대목이 생각난다.

그녀는 한국 학생들이 'PISA'(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상위그룹에 속하는 학력을 보이고 있음에 대해서 이중적 방식으로, 즉 한편으로 경이로운 눈빛을 보이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학교가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욕구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개인의 창조력을 보다 장려하는 식으로 '좀더 인간적인 모습'을 띠어야 할 것을 조심스레 권고하는 방식으로 평가하였다. 그간 생각해 오던 것과 같은 의견이어서 서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나는 새로 들어설 정부가 바로 이 점에 착안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대학입시와 교육제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것을 제안한다. 한 사회와 국가의 참다운 힘은 우리가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러한 존재들로부터 나타나는 법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무릎을 맞대고 밤을 새워서라도 격론을 벌이고 싶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