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숙명여대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 아쉽고도 상당히 의외
여성주의 가치 실현이 여자대학의 존재 이유

나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을 통해 숙명여대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평소 숙명여대는 여성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대학으로 강하게 홍보하고 있던 터여서 이 소식은 상당히 의외였다.  

과거 한국의 여자대학들이 현모양처를 배출하는 곳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여성교육의 대중화와 더불어 이제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여성인력 배출기관으로서 여자대학들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학생 수나 예산 규모가 훨씬 크고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우리나라 여자대학들은 남녀공학과는 차별화된 형태로 여성이 우세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함으로써 여성의 장점을 확대하고 여성의 사회적 공헌도를 높이고자 노력해왔다.

여자대학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주변화되지 않고 사회적 영향력을 자신 있게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방식이 필요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들을 많이 배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성불평등한 사회에서 여성의 자아 정체성을 높이고 여성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여성주의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여성주의적 가치 개입과 실현을 통해 여자대학들은 여성리더를 배출하고 여자대학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21세기는 흔히 여성의 시대라고들 얘기해왔다. 여성의 시대는 여성의 리더십이 발휘되고 인정받을 수 있으며, 사회 각 부문에서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만큼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젠더체계에 대한 이해와 민감성이 향상되고 가부장적 질서의 해체와 재편성에 주력하는 시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별 여성들의 노력과 전반적인 교육수준 증가로 인해 '젠더개발지수'는 상당히 높아지고 있으나,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정치지위 변수를 포함하는 '젠더세력화지수'에 있어서는 아직도 낮은 위치에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각 부처 정책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지체되고 있다.

국가와 사회정책에 대한 여성주의적 패러다임의 모색과 성평등한 정책 입안을 위해 대학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이제 국가 페미니즘과 여성 리더십에 대한 여성주의적 인식 없이는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힘들다. 따라서 여성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전문 여성인력 배출에 주력하고 있는 여자대학들이 여성주의 가치 실현을 위한 지성공동체 역할을 적극 수행할 것이 요청되고 있다.

여성문제를 외면하고 진정한 여성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여성주의적 가치에 기초한 양성평등한 리더십을 갖추지 않고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미래사회의 지도자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 평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대학, 진정으로 여성리더십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 여성주의적 가치가 존중받고 인정되는 지성공동체 형성에 숙명여자대학이 동참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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