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정치 정말 필요할까?
하지만 승진의 기쁨도 잠시, 그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일들이 연일 일어났다. 그룹 내 전략을 담당하는 박 차장이 그녀를 건너뛰고 바로 마케팅본부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더욱 기막힌 일은 본부장이 보고체계가 엉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웃소싱 업체만 관리해오던 그로서는 마케팅 업무가 생소하고 부담되는 것은 사실. 하지만 그룹장으로서 업무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어떻게 하면 될까?
사례2 한지은(가명) 차장은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고민이 생겼다. 학교급식이나 학부모회의 등 참여해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매번 월차를 낼 수 없었던 것.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니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애들 엄마는 와서 밥도 퍼주고 국도 퍼주는데 엄마는 오기 힘들어?"
아이에게 엄마는 회사에 가야하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회사 내 중학생 아이를 둔 선배에게 조언을 구해봤으나 중학생 아이를 돌보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요즘 그는 회사에서는 집과 아이를 걱정하고 집에서는 회사걱정을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쯤 되니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사임원을 목표로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제 와서 그만두기는 너무 아깝다.
위 사례들은 '여성리더가 알아야 할 파워코칭 27(이지pub)'이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책은 외국계 기업의 인사담당 여성임원들의 모임인 LWHR(Leading Women in Human Resources)의 멤버(서유순 라이나생명보험 인사담당 부사장 외 2인)들이 직장내 여성들이 흔히 겪는 사례들에 대해 조언한 것이다. 여성리더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문제들이 유형별로 분류돼 있고 각각의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각 주제별로 리더십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팁도 첨부됐다.
책에 따르면, 사례1의 경우엔 '조직정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금이야말로 성 부장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성'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 일단, 전문성에 있어 박 차장에 비해 열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박 차장을 버리고 가기에는 그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제적 권력보다 보상권력(reward power·다른 사람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에 기반을 두는 권력)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서 박 차장의 반응을 테스트해보고, 그에 따라 다음 단계를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기적으로 준거적 권력(reference power·동화되고 본받으려고 하는 데 기초를 둔 권력)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건강한 방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룹원들의 존경을 얻는다면 박 차장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계속해서 자신을 무시하고 본부장에게 직행한다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식의 강제적 권력(coercive power)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사례2의 경우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우선 '돈이 중요한지 아이가 중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런 문제에 닥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돈이 중요하냐? 아이가 더 중요하지"하며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전국 20~30대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육아환경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회사를 다닌 적인 있는 주부10명 중 8명은 자녀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다가치의 시대에 살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또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직장을 포기한 여성이 아이를 다 키우고 난 다음에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현모양처형인지 커리어우먼형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큰 커리어우먼형이라면, 이제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고민해라. 가족에게 해주지 못한 것을 계속 상기하며 자책하는 시간에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자. 우선 당신이 일을 함으로써 가족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전업맘과 워킹맘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워킹맘 커뮤니티 등을 활용해 정보를 얻자.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을 나눠줘라. 그리고 가족과 목표를 공유하고 도움을 청해라.
지금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선택하고 다른 것들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가정과 직장 간의 '균형'을 설정하는 상황에 처해있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 일과 양육의 성공적인 병행을 위한 tip
1.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성공하겠다는 본인의 의지.
2. 워킹맘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해라.
1. 싸워야 할 때와 타협해야 할 때를 구분.
2. 'give and take'는 가장 기본적 규칙.
3. 사내의 주요인물에 대해 파악하라.
4. 주변의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모델로 삼고 배워라.
5. 직위나 맡은 업무에 상관없이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