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에 대한 여성적 시선 탐색
"영국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낙서화(그래피티)를 보게 됐어요. 거기에는 꼬리가 달린 여인의 포르노그래피가 그려져 있었는데, 훗날 그 형상이 오래토록 작업에 영감을 줬어요."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꼬리 달린 여자'. 여기서 시작된 주 작가의 여성의 몸에 대한 관심은 이내 여성의 몸을 향한 사회적 시선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그는 사진과 영상으로 이뤄진 작품 '당신 같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I Like Women Like You, 2004년)에서 유희의 대상으로 격하된 여성을 '존경'과 '숭배'의 대상으로 승격시켰다. 작품 속에서 한 남성이 사진 속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여성을 흠모해 그와 같이 되고 싶도록 상황을 전환한 것이다. 여기서 그는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다른 방식을 마련하고자 했다.
성의 상품화 또한 그에게 중요한 화두. 비디오 설치작업인 '난 배고파'(Im Hungry, 2005년)에서는 다리를 벌리고 앉은 사람의 두 다리를 통닭 다리와 치환시켜 사람들이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에 균열을 냈다. 그는 "여성의 신체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털을 주제로 한 작업에 심취해 있다.
"여름마다 여성지에는 제모 이야기가 빠지질 않아요. 비키니를 입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심지어 요새는 손톱과 손가락 마디 사이의 털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까지 있다고 해요."
그러나 그에게 털은 원래부터 있는 자연스러운 대상이지 '흉측한'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무조건 털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같은 무차별적 털 뽑기 문화가 몸에 대한 학대는 아닌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특히 털 뽑기의 고통은 대개 여성들이 감내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TV 광고, 포스터 등에서 작업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하는 주 작가는 최근 여성의 몸을 노골적으로 상업화하는 광고에 비판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여자가 대상화되는 건 반대한다"는 그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19일까지 열린 '2007 단원미술제 현대미술 선정작가전'에 참여했으며 털에 대한 작업은 올 하반기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문신을 가지고 하는 작업도 계획 중이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학교 순수예술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2003년 갤러리 썬앤문에서 '활기의 공간', 2006년 대안공간 건희에서 'Change of Direction-동경(憧憬)'전으로 개인전을 가졌다. 단체전으로는 '다양성과 조화'전(2002년), '나혜석 미술대전'(2003년), 'Global Art in Korea-Japan'(2004년), '한국 미술평론지 선정작가전'(2006년) 등.
추천인의 말
주하영 작가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사진, 비디오, 상자, 모빌, 그리고 빛 등.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공간에서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의 분계선을 실타래처럼 뒤섞어놓는다. 그리고 미궁의 이미지는 지금의 시대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의 혼돈으로 이어진다. 그의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그가 펼쳐놓은 경계에 대한 의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