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저장된 유전정보는 어떻게 생명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을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를 구성하고, 또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모든 기능은 주로 단백질에 의해 수행된다. 따라서 유전자 속에 저장된 대부분의 유전정보는 궁극적으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각 유전자는 그 유전자의 염기서열인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의 코드를 읽어내는 과정과 읽어낸 코드에 따라 아미노산을 조합하는 절차를 거쳐 단백질을 합성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단백질들은 그 원천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미생물이든 상관없이 모두 20가지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전정보에 따라 이 20가지 아미노산이 어떤 조합으로, 얼마나 길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다른 기능의 단백질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생명과학의 지식을 가지고 요즘 우리가 시장에 나가서도 식재료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 유기체인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해 살펴보자. 보통 GMO라고 불리는 유전자 재조합 생물체는 생명현상의 본체인 유전자, 즉 DNA를 시험관에서 변환시킨 뒤 변환된 유전자를 대장균 등의 다른 종(種)의 생체에 주입하고 발현시키는 유전자 재조합기술(Recombinant DNA technology)에서 출발하였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이란 간단히 말해 교배 등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전혀 유전자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없는 생물체에 존재하는 유전자 중 인간이 임의로 유용하다고 판단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에 집어넣어 발현시킴에 따라 새로운 유전자를 받은 생물체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쉬운 예를 들자면 냉해에 약한 토마토에 추운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의 부동(不凍)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어 토마토가 추위에 잘 견디도록 하거나 해충에 잘 견디게 하는 유전자를 발현시켜 농작물의 해충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는 것 등이다. 현재는 우리가 식재료로 사용하는 많은 식물에서 유전자 재조합기술이 응용되고 있으며, 그 응용의 범위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유전자 재조합 유기체를 접할 때 우리가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문제는 이러한 GMO의 식재료를 먹어도 좋은가, 즉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앞에 설명한 생명과학적 지식으로 판단하면 이러한 식재료 자체가 몸에 해로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들 임의로 넣어준 유전자도 결국은 생명체 안에서 20가지 아미노산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백질을 만들고, 단백질은 그것이 어디에서 유래했는가에 상관없이 인간의 몸 안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유전자 재조합 생물체, 특히 식물들이 지구상에 퍼지게 될 때 서서히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의 변화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러한 위험 가능성들 때문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룰렛 게임'(제레미 리프킨의 '바이오테크 시대'에서 인용)이라고까지 부르며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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