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는 작은 정부
복지분야는 큰 정부로

지난 6월 모 일간지에서 차기 정부 10대 아젠다로 정부조직에 관한 기사가 나온 이후 9월19일에는 '정부조직법 전부개정법률안'(김정권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각 관련 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현재 18부 4처 17청인 중앙행정기관을 12부 4처 16청으로 전면개편하고자 하는 안이다. 개편 대상에는 여성가족부도 포함되어 있으며, 보건복지부와 통합해 사회복지부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동 법안의 제안 이유는 '확대된 정부조직과 비대화된 인력으로 행정의 비효율성이 초래되므로, 행정의 효율성 및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하여'이다. 즉 작고 효율적인 정부 추구라는 오래된 담론에 근거한다.

일단 필자의 의문점은 이러하다. 공무원의 숫자가 증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규모는 국민이 요구하는 서비스에 비해 정말 많은가? 또 많다고 가정했을 때, 그 규모를 작게 하는 것이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인가? 즉 효율성이 규모의 문제인가? 중앙조직이 가벼워지면 지방자치단체가 발전하는가?     

대국민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공무원의 숫자가 분야에 따라서는 오히려 부족하다는 보고가 있다. OECD 2001 자료에 의하면, 인구 대비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비율은 한국이 1.9%, 일본이 3.4%, 독일이 5.3%, 미국이 7.5%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복지예산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복지분야의 공무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은 정책현장에서는 늘 지적되어온 이야기다. 경제분야에서는 작은 정부가 필요하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행정의 비효율성이 규모로부터 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행정시스템의 문제이자 관료주의의 문제다. 부처 내부의 계단은 물론, 정책 전달이 위원회~중앙~광역~기초~시민사회로 도달하기까지 단계가 너무 많다. 관료주의는 시민의 눈높이에 서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행정언어와 행정정보로 시민들의 우위에 서고자 한다. 철저한 서비스 정신에 입각한 행정, 이것이 효율성을 높이는 길 중 하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이 가벼워진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지방정책에 날개가 달리는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천차만별이고,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도 역시 천차만별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정책 소통은 심각한 과제다. 단지 중앙부처 몇개를 정리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에서 목소리마저 없으면 지방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사업도 많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사회적 취약계층일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정책 업그레이드 대책을 마련하려면 중앙과 지방이 소통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 개편을 논의해봐야 한다.

미래를 이끌어갈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 논의가 피상적인 규모의 문제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정부조직은 21세기 국가 아젠다를 반영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간에 대한 투자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해진 오늘날, 여성과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는 21세기의 키워드다. 정부조직은 국가의 미래를 표현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면, '성평등·아동·청소년·가족'이 정부조직에 전면 배치되는 방향으로 논의를 모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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