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시각에서 본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과제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여성은 세상을 움직이는 수레의 두 바퀴 중 하나였다. 수백년 수천년 동안 누군가는 이러한 사실을 감추려 했으나, 그건 마치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것과 같았다. 분단 이래로 통일문제는 남성들의 문제이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간주해왔다. 이 역시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는 일이었다.

돌아보면 엄혹했던 1970~80년대 반공 국시의 시절에도 여성계는 통일의 문제가 여성의 문제와 떼놓을 수 없음을 선언한 바 있다. 예컨대 1988년 일군의 여성들은 "여성 민중이 바로 민족통일의 주체임을 선언"하였다.

91년부터 93년까지 남·북·일본을 오가며 진행되었던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나 90년대 중반의 대북 지원사업,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래로 지속적인 남북 여성교류 모임을 가졌다. 특히 2002년과 2005년에는 남북여성통일대회를 여성만의 힘으로 개최함으로써 통일을 이루어가기 위한 여성들의 연대정신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모두 시민사회 수준에서 기획되고 준비되어 실천되었다. 다시 말해 남북의 정부 당국에서는 최소한의 지원은 했을지언정 큰 틀에서는 성맹적(젠더 블라인드) 태도로 일관하였다.

이렇듯 지난 역사를 돌아볼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여성분과가 만들어진 것은 남북 당국간 교류사에 일획을 긋는 일이다. 권양숙 대통령 부인을 필두로 하여 남북의 여성계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됨으로써 그간 시민사회 차원에서 논의되었던 통일 과정에서의 여성문제를 당국 차원으로 옮겨와 문제 인식을 위한 지평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공동선언문에 담길 내용 중 '화해와 협력'의 한 축으로서 '여성'의제가 담기기를 기대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성의제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여성의제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과제를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여성의제를 지속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여성교류협력위원회'(가안)를 만들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장차 통일국가의 '남북여성가족부'를 전망에 두고, 통일 과정에서 여성의제를 개발하고 해결해나가기 위한 기구다. 남북 여성이 동수로 참여하여 가족, 사회복지, 여성노동, 취약여성·아동 문제 등 제반의 여성문제를 다루도록 한다.

둘째, 현재 남북 모두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저출산율 문제다. 북측에서도 다산장려운동을 할 만큼 저출산문제는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고, 남측은 세계적 저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방안으로는 결국 사회복지정책의 실질적인 수립과 시행밖에는 없다.

셋째, 이러한 사회복지정책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여성계가 20년 이상 주장해온 군축과 한반도 평화정착,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보장이 그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의제가 정부 당국에만 맡겨져서는 안된다. 여성단체들은 정부 당국에서 여성의제를 제대로 다루는가를 감시하고 역동적으로 정책적 대안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여성적 통일관은 상호 차이를 존중하고 차이에 기초하여 서로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남북의 현 상황에서 우리가 통일국가라는 청사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적 통일관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남북관계 발전 속 남북 여성교류 활성화 기대

200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두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합의함으로써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적대관계를 끝내고 항구적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커다란 진전을 이루어냈다. 이런 결과는 한반도 전체 주민의 요구이며, 남북 여성을 비롯한 민간교류의 성과다. 남북이 교류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 형성을 위해 함께 하자는 열망을 수용한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남측 여성계 대표 3명이 참석하였다. 또한 북측 여성들과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 점은 지난 2000년 제1차 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상당한 진전이다. 당시에 참석했던 여성은 이희호 여사를 제외하고 1명(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에 불과했고 독자적인 여성계 교류가 없었다. 이러한 성과는 여성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남북장관급회담이나 정상회담 등에 여성대표자가 참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여성 관련 의제를 제기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북 여성교류의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반도 내부에서 민간교류가 없던 시기에 남북 여성들은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승용차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분단이 여성들에게 주는 피해를 인식하고, 여성이 평화통일 과정에 적극적으로 남성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정책결정, 지도력, 교육적 기회에 참여하는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편, 1993년 북한 핵문제 발생 이후 정신대문제를 제외한 남북 여성교류는 중단되었다. 평화문제가 여성 교류에 얼마나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후 남북 여성은 여러 차례 공동행사를 추진해왔다. 남북여성통일대회(금강산, 2002년), 남북여성통일행사(평양, 2005년), 남북해외여성연대모임(서울, 2005년), 남북여성대표자회의(금강산, 2006년), 남북여성연대모임(광주, 2006년), 남북여성대표모임(평양, 2007년)을 개최했다.

남북 여성교류 과정은 남북 갈등으로 인해 서로 멀어지고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화해과정이다. 남북에서 여성 문화행사 및 통일연단을 실시하고, 여성 및 교육시설을 방문함으로써 남북한 사회와 여성생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발전 속에서 여성교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여성교류는 여성 공동행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남북 여성의 삶의 질 향상과 상호교류를 촉진하는 협력사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북한 영유아 지원사업, 남북 여성결연사업, 남북 여성경제인 교류를 통한 남북 경제협력사업,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남북여성문화제, 국제대회 남북여성 공동참여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남북 여성교류에 따라 그 필요가 늘어나고 있는 '남북 여성 사이에 만남과 소통의 능력'을 기르기 위한 남북 여성 갈등해결 교육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7 남북정상회담은 우리에게 남북 여성의 경험을 통합하기 위한 더욱 넓은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바로 우리 여성의 몫이다.

평화를만드는 여성회 한반도평화센터 소장

북한 대표 여성단체 '여맹'은 어떤 조직?

북한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는 조선민주여성동맹(이하 여맹)을 꼽을 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박순희 여맹 위원장과 김경옥 여맹 부위원장이 각각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남측 여성계 대표단을 맞아 카운터 파트로 전면에 나섰을 정도로 규모와 위상 면에서 손꼽힌다. 

여맹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18일 '북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출범됐다. 이후 전쟁 중이던 51년 '남조선민주여성동맹'(1946년 창설)과 통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맹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바로 사상교양 사업이다. 즉, 여맹 회원들을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충실한 주체형 공산주의 혁명가로 키우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지난 2000년 북한에서 발간된 '조선대백과사전'에서도 "여맹은 모든 여맹원들을 일심단결시켜 혁명대오를 반석같이 다지는 데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맹은 이외에도 ▲여성의 혁명화 ▲노동계급화 사업 강화 ▲정치사상적 정비 강화 등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여맹의 회원은 만 30세부터 55세까지의 여성이다. 중앙에서부터 도·시(군)·리까지 전국단위로 조직돼 있다. 회원 수는 약 20만명(99년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여성은 만 13세까지 '조선소년단'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이후에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가입해야 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조선직업총동맹'에 가입해야 하고, 직업을 갖지 않으면 여맹에 자동적으로 가입된다.

여맹이 북한 내 최대 여성조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