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 섭렵 나만의 춤 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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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무용단 생활이지만 이번 공연을 위해 잠시 중단하고 왔어요. 고국에서의 첫 무대는 저에게도 의미가 크거든요."

앳된 얼굴에 수줍게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하는 무용가 김나이(27)씨. 앳된 모습이 언뜻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 같아 보이지만,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무용가 바리시니코프가 이끄는 무용단에 입성한 주목받는 차세대 무용가다. 

김씨는 세계한인주간 'korean Festival'을 맞아 고국을 방문, 첫 무대를 갖게 된다. 그는 6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특설무대에서 재즈발레를, 7일에는 여의도 KBS 백남준 특별전시장에서 발레 공연을 선보인다.

"한국에서의 첫 무대인 데다가 솔로로 하는 공연이어서 많이 긴장돼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게요."

김씨는 지난해 3월 바리시니코프가 이끄는 무용단에 한국인은 물론 동양인 최초로 입단해 화제를 모았다.

미하엘 바리시니코프는 1974년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당대 최고의 발레리노로 무용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85년 영화 '백야'에 출연한 바 있으며,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단 '바리시니코프 댄스 파운데이션'을 이끌고 있다. 바리시니코프 댄스 파운데이션은 남녀 각 6명의 무용수로 구성됐다. 공개오디션을 할 때마다 수백명의 지원자가 몰려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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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여러번의 오디션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너무 기뻐 얼떨떨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무용단에 입단한 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처음에는 바리시니코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는데 함께 작업을 하다보니 많이 편해졌어요. 워낙 아저씨(바리시니코프)가 친근감 있게 무용수들을 대해주셔서 평소에는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지내요.(웃음)" 

하지만 김씨는 "공연에 임하는 그분을 뵐 때마다 역시 '대가는 뭔가 다르구나' 하고 느낀다"며 "철저한 자기관리, 작품에 대한 열정은 물론 인간적 면모까지 갖춰 무용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배울 게 많다"고 극찬했다.

무용단에서 유일한 동양여성인데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동양여성에 대한 인종차별은 당연히 있다"며 "가령 스토리가 있고 캐릭터가 있는 작품을 공연하게 되면 주연을 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너무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다보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당차게 답했다.

김씨가 세계적인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행운은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13살부터 혼자 유학하며 발레로 탄탄히 기본기를 다진 결과다.

김씨는 영국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 시절,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기계체조에 관심을 가졌다가 발레를 전공하면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따라 발레로 전공을 바꿨고, 곧 발레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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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다시 한국으로 발령이 난 아버지 때문에 온 식구가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계속 발레를 하고 싶었던 김씨는 부모님을 설득해 혼자 영국에 남았다. 이후 영국 로열발레고등학교, 왕립발레대학교, 뉴욕대 예술무용대학원 등을 다니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13살부터 혼자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발레를 시작하면서 하루 8~9시간씩 꼬박꼬박 연습했고요. 늘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해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본 적도, 마음 편히 먹어본 적도 없어요. 언제나 활동량을 계산해 칼로리를 맞춰 식사를 했죠. 무용단에 들어온 이후에는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을 못해요. 제 자리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요."

하지만 김씨는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이 너무 커 춤추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용에 대한 열정이 너무 커요.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느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앞으로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춤추고 싶어요. 발레로 기본기를 다졌으니 다양한 장르의 현대무용에 도전해봐야죠."

김씨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모든 훌륭한 무용가들과 한번씩 작업하고 싶다"며 "다양한 장르와 영역의 춤을 통해 주어진 틀을 깰 것"이라고 했다. 꿈꾸는 무용가 김나이씨의 야무진 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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