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는 물도 전기도 끊겨"
분쟁 끊이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평화공존 소망
아이·여성이 더 큰 피해자…빈곤탈출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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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의사 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모나 엘 파라(54) 박사가 지난 9월14일 새벽 한국을 찾았다. 9월12~14일 열린 '2007 세계여성포럼'에 연사로 초청된 그는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늦게 행사에 합류했다.

그가 살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간신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자지구를 벗어나는 데만 꼬박 3일이 걸렸다는 그는 포럼 주최측인 문화방송의 도움을 받아 행사 마지막 날에야 겨우 서울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원래는 각각 15살, 24살 된 두 딸도 동행할 예정이었지만, 비자 발급이 워낙 까다로워 혼자 올 수밖에 없었다고. 가자지구를 떠나는 날까지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군인들 사이에 박격포를 쏘아대는 포격전이 벌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가시질 않았다.

도착한 날 오후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언론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가자지구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했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 85% 이상이 해외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할 만큼 빈곤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6~7년간 6000채가 넘는 집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제 철거되는 바람에 그나마 온전한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는 덧붙였다. 모나 박사에 따르면 집이 철거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군의 안보를 위해서라는 게 이스라엘군의 주장이라는 것.

현재 가자지구는 식수와 전기도 끊겨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모나 엘 파라 박사는 전했다. 어떤 가족은 이유 없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3주간 감금을 당했는데, 물을 마시는 것도 군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런 부당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으나 반항할 수도 없다며 그는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동의 42%, 여성의 55%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는 것이 모나 엘 파라 박사의 전언이다. 또 5세 미만 아동의 38%는 영향 불균형으로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과 여성입니다. 남편들은 죽거나 모두 감옥에 갔기 때문에 이들이 안정을 찾고 생활하기란 힘듭니다. 이스라엘은 우리의 삶 전체를 컨트롤하려고 합니다. 그들의 강력한 경제·무역 제재는 이미 팔레스타인의 경제를 무너뜨리고 원조에 의존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는 사진 한장을 내밀었다. 한 여성이 갓 태어난 아이를 안고 무너진 집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이 여성은 그가 일하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출산 후 집으로 돌아가보니 이미 이스라엘군에 의해 집이 철거된 후 였다고. 그만큼 가자지구에선 끊이지 않는 분쟁으로 인해 각종 피해가 일상화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인권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로 활약 중인 그는 여성의 권익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절대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 계몽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당장 먹을 물도 없고 거처할 집도 부족한 이들에게 남녀평등을 설파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건강, 법률, 인권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여성들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라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세상은 결코 폭력적이지 않다'고 가르친다. 그가 대표로 있는 '레이첼 코리 어린이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교육과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주로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그림그리기, 책읽기, 춤추기 등 문화와 의료활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기서 그는 아이들에게 바깥세상과의 소통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받은 격려 이메일을 읽어주고,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늘 말해준다.

"만성적인 갈등 상황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애정결핍을 느낍니다. 이 아이들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기 때문에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르죠. 따라서 아이들에게 평화교육은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언제쯤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를 묻자 그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을 조금씩 내놓을 때"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60년 전 강제로 쫓겨나 전세계를 떠도는 팔레스타인 난민 600만명이 모국에 돌아와 삶의 터전을 일군다면 더 이상 총성이 들리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 쫓아내기를 반복하자는 게 아니라, 영토에 대한 공동의 소유권을 갖고 함께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울에서 고작 하룻밤을 보낸 그는 9월15일 다시 고국으로 떠났다. 그날 가자지구 북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을 벌인 이스라엘군이 그 지역의 경작지를 갈아엎었다는 씁쓸한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려왔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언제쯤 실현될지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다.

모나 엘 파라는

1954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지역 칸 유니스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이스라엘에 점령당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이집트와 영국에서 피부과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87년부터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보건의료 구호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레이첼 코리 어린이센터'의 대표를 맡아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팔레스타인 적신월사협회 가자지구 부회장과 보건위원회연합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싱글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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