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코믹·사랑… 관객들은 즐겁다
한국 영화계의 하반기 흥행은 추석 시즌으로부터 시작한다. 각 영화사들은 야심작을 추석시즌 전후로 개봉하며 여기서 성공을 거둔 영화가 하반기 흥행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 올 가을에도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화제작들이 속속 개봉해 흥행을 노리고 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인기감독들의 작품이 여럿 눈에 띄고 코미디, 멜로, 액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포진해 있어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추석 전후로 개봉한 영화들을 중심으로 올 가을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살펴본다.
부정·모정 그린 가족영화 대세
우선 가족의 모습을 그린 여러 편의 영화가 눈에 띈다.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린 영화들의 맞대결이 볼거리. 코미디, 휴먼드라마, 음악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오늘날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 영화의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은 지난 9월6일 개봉한 '마이 파더'(감독 황동혁). 다니엘 헤니가 해외입양아 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어렵게 찾은 친아버지가 사형수라는 걸 알게 된 아들과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개봉한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 13일 개봉)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감독 박영훈, 20일 개봉)는 음악을 소재로 한 아버지들의 휴먼드라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슷한 두 영화의 음악과 주인공들을 비교해가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주인공인 만년 부장 조민혁(백윤식)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동료들과 밴드를 만들어 그동안 억눌려왔던 음악에 대한 욕구를 해소한다.
9월13일 개봉한 2편의 어머니 영화는 상반된 장르와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은 '주유소 습격사건'과 '광복절 특사'의 김상진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는 코미디 영화.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중견 배우 나문희가 주연으로 나섰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배우이자 감독인 하명중씨가 16년 만에 가지고 돌아온 작품. 소설가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노년에 접어든 유명 소설가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는 내용을 그렸다.
추석 즈음에 가장 사랑받는 장르는 뭐니뭐니 해도 코미디. 2001년 '조폭 마누라', 2002년 '가문의 영광', 2005년 '가문의 위기' 등 매년 이맘 때면 코미디 영화가 큰 흥행을 거뒀다.
코미디 VS 멜로 강자는 누구?
최근 잠잠해졌던 '조폭 코미디'가 '상사부일체'(감독 심승보, 20일 개봉)로 돌아왔다. 개봉될 때마다 흥행에 성공했던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3편. 1, 2편의 주연인 정준호 대신 이성재와 손창민 등 새로운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두목의 지시에 따라 고등학교가 아닌 대기업에 입사한다.
'두 얼굴의 여친'(감독 이석훈)은 다중인격을 가진 여자와 순진한 대학생의 독특한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다. 9월12일 개봉한 후 젊은 남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앞으로의 흥행 조짐도 만만치 않다.
스산한 가을을 노리는 사랑 영화 가운데도 기대작들이 만만치 않다.
대박 감독 + 중견 배우 활약 기대
이상의 가을 영화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중견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이다.
'친구'로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썼던 곽경택 감독이나 멜로영화계의 대박 감독인 허진호 감독의 부활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 오락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이들의 영화는 매년 코미디 영화가 판을 치던 추석 시즌 가을 영화계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 외에도 '킬러들의 수다', '웰컴 투 동막골' 등으로 제작자와 감독을 오가며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장진 감독의 신작 '바르게 살자'도 10월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웰컴 투 동막골' 때처럼 신인인 라희찬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장진 감독은 각본과 기획을 맡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형사' 등에서 독특한 스타일 미학을 선보여온 이명세 감독도 오랜만에 신작 'M'을 선보인다. 10월26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꿈과 현실을 오가는 독특한 미스터리 멜로. '형사'에 이어 강동원이 주연을 맡아 두 사람의 콤비플레이를 다시 한번 펼쳐보일 예정이다.
신세대 꽃미남 꽃미녀들을 내세운 스타 중심 영화에서 벗어난 중견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하명중과 한혜숙,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백윤식,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김수미 등이 그들. 또한 '즐거운 인생'의 정진영, '행복'의 황정민, 11월 개봉 예정인 '싸움'(감독 한지승)의 설경구 등 연기파 배우들이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