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작동 원리처럼 고급인력 효율 관리를

인간을 인간으로, 바나나를 바나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체 각각을 만들 수 있는 정보 전체를 우리는 그 생물체의 유전체, 즉 게놈이라고 부른다. 인간을 만드는 정보는 인간의 유전체 안에 숨겨져 있고,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십조의 세포 각각에는 이 정보가 담겨져 있다. 유전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DNA(deoxyribonucleic acid)라는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다. DNA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 4종류의 염기가 쌍을 이루어 무작위로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 사람의 유전체는 31억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되어졌다고 알려졌다. 그 정보의 양을 이해하기 쉽게 환산해보면 여백 없이 A, T, G, C 글자로 가득 채운 A4 용지를 90m 이상 쌓아올린 정도의 정보다.  이렇게 길게 늘어선 A, T, G, C의 정보 속에 보통 우리가 유전자라고 부르는 실제 생명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단위가 숨겨져 있다. 유전자는 실제로 생체에서 기능을 수행하거나 부품으로 사용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2000년 인간 유전체 지도 작성(human genome project) 작업이 끝나고 인간 유전체 전체의 염기서열이 발표되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을 인간되게 만들고 유지하는 유전자의 수가 예상보다 엄청 적다는 것이었다. 인간 유전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과학자들은 매우 복잡한 생명체인 인간은 적어도 10만개 정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유전체를 해독하고 난 후 인간이 고작 2만5000개 정도의 유전자 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 놀라움은 인간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 수를 비교하면서 더욱 커졌다. 매우 고등한 동물로 자부하는 인간은 맥주나 빵을 만들 때 넣는 효모보다 겨우 5배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과일 주변을 날아다니는 초파리의 2배, 그리고 아주 작은 지렁이(꼬마 선충)보다는 겨우 1.5배 많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이렇게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복잡한 생명체를 구성하고 유지시킬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하나의 유전자를 여러 가지로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체는 하나의 유전자에서 조금씩 다른 여러 단백질을 만들 수 있고, 또 한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동일한 단백질도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유전자가 한정된 기능이 아닌 생체 내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찾아가도록 진화된 효율적인 생체 시스템을 우리의 인력관리 시스템에 적용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실제로 고급인력을 잘 활용해 쓰는 것으로 유명한 맥킨지 같은 컨설팅 회사들은 꼭 필요한 수의 우수 인력을 최소로 모아놓고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업무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게 하여 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쓰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생명과학자의 눈에는 이러한 인력 관리 시스템이 유전자의 작동 원리대로 인력을 관리하는 성공적인 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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