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한명숙·심상정 한계극복하고 정치씨앗 뿌려
극복할 과제 남았지만 '여성발전의 사다리' 놓아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세계화(World), 웹(Web)에 이어 여성(Women)의 역할이 강조되는 "3W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정치인 '파워 업'(power up)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1.5% 차이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승자보다 오히려 패자가 더 주목받는 '정치 매직'을 보여주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의 한명숙 후보는 예비경선 컷오프를 무난히 통과하면서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라는 귀중한 정치 씨앗을 뿌렸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47.3%를 득표하면서 "비록 졌지만 이긴 선거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차세대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여하튼 박근혜-한명숙-심상정 세 후보는 나름대로의 역경과 고난 속에서 여풍(女風)의 무한도전을 몸소 실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박 후보는 '아름다운 승복'을 실천함으로써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숙명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3金에 버금가는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는 계기를 스스로 마련했다. 한 후보는 조직과 자금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위한 생활밀착형 공약을 주도함으로써 경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기여했다. 심 후보는 첫 대선 출마라는 약점 속에서도 누구보다도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더욱이 당의 금기를 깨고 '당 혁신론'을 전면에 내걸었던 용기는 앞으로 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물론 이들 세 여성 정치 지도자에게도 한계는 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바탕으로 승부한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에만 몰입하고, 이념적으로도 지나치게 보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향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후보가 경선을 중도에 하차한 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게 한다. 첫 여성총리, 첫 여성부 장관이라는 자긍심으로도 남성지배적 구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큰 충격으로 와 닿는다. 심 후보는 당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려고 노력함으로써 당심을 얻는 데는 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2%대의 낮은 국민 지지도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탄생한 이들 여성 정치인 3인방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역할 모델'로서의 사명을 다했다.

최근 세계 39개 국가에서 실시한 '세계가치관조사'에서 '정치지도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나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39.2%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60.8%였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58.2%로 '그렇지 않다'(41.8%)보다 훨씬 높았다.

'역할 모델'로 급부상한 이들 3명의 여성정치인은 이와 같은 여성 국가지도자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더욱이 향후 '신비주의적인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절실히 요구하는 과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실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한국 사회에 깜짝 놀랄 만한 '여성 발전의 사다리'를 놓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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