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하며 살을 문지르면 보통 우리가 '때'라고 하는 것이 살에서 밀려 나온다.  그 '때'의 실체는 무엇일까. '때'는 바로 죽은 세포들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몸은 다양한 종류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 세포는 우리처럼 수명을 가지고 있어서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성숙하고, 노화해서, 죽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은 세포가 새로 만들어지는 증식 속도가 죽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 세포 수가 늘어나면서 성장이 가능하다. 또 성장이 끝난 성인이 된 후에도 우리 몸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들이 만들어지고, 오래된 세포들은 죽어가면서, 몸을 이루는 세포들이 새것으로 대체되고 있다. 즉 우리 몸이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은 세포가 새로이 증식하고 한편으로 오래된 세포들이 죽어가는 역동적인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과정인 것이다. 

우리 몸은 매우 다양한 기능과 모양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각 세포들의 수명도 세포의 종류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혈액에 존재하는 적혈구나 백혈구 등 혈액세포의 수명은 30~60일이고, 피부를 구성하는 세포들의 수명은 고작 1~3일이며, 뼈를 구성하는 세포의 수명은 거의 1년이나 된다. 그래서 피부에서는 목욕한 지 얼마 안되었어도 계속 때가 나오고, 헌혈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핏속 세포는 어차피 30~60일 안에 새것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헌혈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몸속에서 누가 이러한 다양한 세포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이 바로 성체 줄기세포다. 이미 성체가 된 우리 몸의 각 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처럼 몸을 만드는 모든 종류의 세포를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계속 분열하면서 각 성체 줄기세포 자신이 속한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성체 줄기세포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골수이식이다. 우리 핏속의 다양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인 혈액 줄기세포가 골수에 존재하므로 백혈병 등 혈액세포에 문제가 생긴 질병에 골수를 이식하면 정상적인 혈액세포들이 계속 만들어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인간의 기술은 아직 각 조직에 존재하는 성체 줄기세포들을 분리하고 배양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성체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유용하리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성체 줄기세포는 성체(成體)에서 얻을 수 있는 세포이므로 인간의 배아를 이용해야 하는 배아 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좀더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성체 줄기세포에 의해 계속 새것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니다. 우리의 몸도 매일 새로워지고 있는데 우리의 마음이 과거나 현재에 얽매여 발전이 없다면 되겠는가. 우리의 몸에서 매일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역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신우일신'의 지혜를 한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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