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기침체 가능성에 글로벌증시의 우려감도 커져
한국은 금융시스템 취약… 외환위기후 첫 난관에 대비를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불안불안하던 전세계 금융시장이 또 다시 요동을 쳤다. 이번에도 역시 미국 발이다. 11만명 정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8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가 4년 만에 처음으로 4000만명이나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를 떠받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의 고용과 소비지표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금융시장에서의 여파가 실물부분으로 전이되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이어지면서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이나 글로벌 증시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또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과연 서브 프라임 여진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걱정이 안될 수 없다.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금융안정을 책임지는 고위 관료가 나서 금융위기의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경제학자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불확실성인데 이번 사태가 바로 그 경우다.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는 동안 모기지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을 투자은행에 팔았다. 그리고 은행들은 이것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주택담보부증권(MBS), 자산담보부증권(ABS)과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동성을 늘려 나갔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금융공학자와 금융수학자들의 눈부신 능력을 빌려 이 과정에서 다시 부실채권이 발생해도 원금을 보장해주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와 같은 또 다른 신용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하게 되었고, 이것을 헤지펀드들이 대형 상업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어디까지가 누구의 책임인지 알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다. 구조적으로 불확실성이 내재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와중에 우리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이며,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 것인가이다. 이제는 과거와는 달리 글로벌화가 크게 진전되어 금융시장에 이변이 생기게 되면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공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되었다. 남의 집 불구경만 하다가는 우리 집까지 타버리는 수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들이 서브 프라임 관련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아서 직접적인 손실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조정을 간접적으로만 받을 것이라고 위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기침을 하면 폐렴에 걸릴 정도로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미 과잉으로 풀려 곳곳에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유동성 문제와 위험관리의 후진성이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다가온 서브 프라임의 후폭풍에 대해 아는 것도 없거니와 예방을 위해 경제적·정치적 책임소재를 따지는 사람도, 따질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제에 빼도 박도 못하게 깊숙이 들어가버렸다. 외국인 투자자가 '먹튀'를 한다고 이를 안보고 살 수 없고, 중국 식품에서 환경유해물질이 나온다고 해서 안먹을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었어도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지 않았던 것은 값싼 중국산 제품을 마구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이 디플레이션 수출국가에서 인플레이션 수출국가로 바뀌고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혜택으로 국내 증시가 활황을 보이던 것이 폭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반전이 위기가 되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 말로 정신을 차려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한 세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이다. 제2, 제3의 서브 프라임 사태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치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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