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활동 없었다면 두바이 기적 불가능"
두바이가 화제에 오르는 것은 3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룩한 '두바이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 때문이다. 국제 유류 교역의 중심지이자, 최대 휴양지이며, 무역과 서비스, 금융 등의 산업을 적극 유치해 중동지역의 허브로 급성장했다. 이에 두바이는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에서 주목받는 대표 도시로 떠올랐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07 세계여성포럼'에서 두바이의 대표적인 여성리더를 만났다. 두바이 프레스클럽 회장이자 두바이 여성개발원 이사장인 모나 알 마리(31)가 그 주인공. 그는 포럼 기간 동안 두바이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 사례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모나 알 마리 회장은 "두바이 여성들의 활동상을 소개함으로써 아랍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 이번 포럼에 참여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인터뷰는 워커힐 호텔에서 지난 11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여성 경제활동 인구 및 대학생 비율 남성 앞질러
그는 "여성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두바이의 기적'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소개하는 각종 수치들은 두바이가 아랍국가임을 생각할 때 놀라울 정도였다.
"두바이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두바이 국민 경제활동 인구의 52%가 여성이고, 선거를 통해 구성된 초대 의회인 현 국회의원 40명 중 9명(22.1%)이, 정부 기관 종사자 중 70%가 여성입니다. 또 2명의 여성장관이 재직 중입니다."
그는 "독립 당시 아랍에미리트 전체 대학 졸업자가 45명이었고 그 중 4명만이 여성이었지만, 지금은 대졸자 수가 수천명에 이르고 그 중 여성이 남성의 4배"라고 소개했다. 또 고교를 졸업한 여성의 92%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고.
모나 알 마리 회장은 "두바이 사회 전체가 여성을 리더로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런 변화는 '두바이의 기적'을 이룩한 통치자 셰이크 무하마드가 여성들의 리더십을 믿고 이를 적극 지원하는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전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여성개발원도 셰이크 무하마드가 설치한 여성 지원 기관이다. 아랍국가임에도 불구,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종교와 정치보다 경제를 우위에 놓는 국가 분위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활발한 외국기업 유치와 외국 노동력 유입으로 아랍에미리트 인구 420만명 중 80%가 외국인이다. 이런 다국적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는 정책으로 다른 아랍국가에서 벌어지는 종교분쟁도 없다고 그는 밝혔다.
모나 알 마리 회장은 두바이에서 여성 사회진출의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홍보 전문가인 그는 글로벌 PR기업 '버슨 마스텔라'의 중동지역 자회사인 '지윈 피아르'(JiWin PR)의 CEO이자 국제 언론계에서 두바이를 대표하는 '두바이 프레스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전세계 20여개 프레스클럽이 참여한 연합체인 '국제 프레스클럽 연합'(IAPC·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ess Club)을 결성하는 데도 앞장서 사무총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두바이 여성클럽(Dubai Ladies Club)과 젊은 아랍 지도자 모임(Young Arab Leaders) 이사장 등 굵직한 직함만도 여러 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96년 졸업한 그는 일찌감치 언론계로 진로를 정했다. "언론이야 말로 전세계 오피니언 리더에게 영향을 줘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후배들에게도 언론계 진출을 적극 권유하고 있단다.
2000년 7명이 모여 두바이 프레스클럽을 창설했으며 2005년부터 회장을 맡았다. 그가 처음 회장을 맡았을 때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나 3년 만인 올해 아랍 언론상(Arab Journalism Award)과 아랍 미디어 회담(Arab Media Summit)이라는 굵직한 행사들을 성공시켰다. 그는 자신이 제정한 아랍 언론상을 퓰리처상과 같은 권위 있는 상으로 키우고, 국제 프레스클럽 연합을 세계 언론인들의 네트워크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남성과 똑같이 일해서는 인정받을 수 없다"
모나 알 마리 회장과 같은 여성들이 나타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그는 11남매의 열번째. 그의 언니들만 해도 대학을 졸업해서 교사가 되는 것을 여성 진로의 정석으로 생각했단다. 그러나 그는 "교사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 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셰이카 루브나 알 카시미(48)를 롤모델로 꼽았다. IT 전문가인 셰이카 루브나 장관은 아랍에미리트 최초의 여성장관이며 여성 첫 공기업 CEO이기도 하다.
그는 짧은 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남들보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하지만 실력을 입증하려면 남성들과 똑같이 일해서는 인정받을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내의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의 남편은 두바이 최대 투자회사인 '두바이 홀딩스' 회장이며 아직 아이는 없다.
"이번이 첫 동아시아 방문"이라는 그는 현대적인 서울의 분위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미디어 속에서 비춰진 분단상황이나 정치적 혼란 등으로 인해 한국을 위험한 국가로 인식하는 아랍인들도 있다"면서 "이번 방문으로 미디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