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 나올법한 '사회적 이슈·주요사건' 체크해보자
'화려한 휴가'는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영상화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 교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이슈나 중요한 사건을 자주 출제하는 논술 출제 경향으로 볼 때 영화 '화려한 휴가'와 소재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대입 논술에 출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일부 논술학원에서는 강사와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하는 실정이다. 올 여름방학 숙제로 '이 영화 관람하기'를 내준 학교도 많다.
사실 현대사 부분은 학교 수업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어 영화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실감 있게 느껴보는 것도 역사를 공부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현직 교사들은 말한다.
서울 숭문고 허병두 교사(국어)는 "모처럼의 영화 관람을 교육적 효과로 연결시키려면 영화 속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대표이기도 한 허 교사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본 후 읽어보면 좋은 책 2권을 추천했다.
- 보스니아 내전 통해 본 인간의 폭력성
피터 마쓰의 '네 이웃을 사랑하라'(미래의 창)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였던 저자가 보스니아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국인 기자로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다인종 국가인 보스니아가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계 및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 주민들간의 충돌로 일어난 것이 보스니아 내전이다.
자신들의 종교를 인식하지 못한 채 같은 언어를 쓰며 다른 민족 간의 결혼도 흔했던 보스니아에서 독재자 밀로세비치의 선동으로 인해 끔찍한 학살이 시작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보스니아를 바라보는 서방측의 잘못된 시선이 그려진다.
어제까지 함께 즐거워했던 마을에서 갑자기 민족을 따지면서 일어나는 학살 속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원치 않던 폭력에 휘말리는 부분은 평범한 시민들이 총을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 '우리'라는 단어에서 항쟁의 원인 찾기
과학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베레비의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에코리브르)은 어리석은 무리짓기로 서로 싸우고 투쟁해온 인간의 심리를 분석한다. 인간들 사이에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서로간에 무리를 짓기 때문이라는 것.
허병두 교사는 이 책에서 '우리'라는 말에 주목한다. '우리'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듣는 사람을 포함할 수도,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포괄의 우리'와 '배제의 우리'라는 개념까지 배울 수 있다. '화려한 휴가'의 시민군과 계엄군이 서로를 '우리' 안에 포함시켰으면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자
허병두 교사는 "극장에 데려가거나 책을 추천할 때 교육적 목적을 내비치거나 강요하는 일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영화는 오락으로서만 즐겨야 한다는 것. 영화를 본 후 바로 "영화에 대해 토론해보자"고 한다면 아마 아이들은 "다시는 엄마, 아빠랑 영화 안봐"라고 할 것이다. 영화를 본 후 아이가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말고 내버려둬야 한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대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요즘 이 영화가 재밌다던데 한번 볼까"라든지, 서점에 같이 가서 "이 책이 요즘 인기라던데 읽어볼래"라는 식으로 호기심이 일어나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