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건축계의 '개혁 선두주자'
2003년 축구경기장으로서의 기능이 폐쇄된 후 풍물시장과 임시주차장으로, 일부는 쓰레기 청소차고지로 사용되며 제 기능을 잃고 방치됐었다. 이곳이 우리나라 및 아시아의 대표적인 패션 타운으로 성장한 주변 동대문 상권과 어울리도록 전시장과 컨벤션센터 등을 포함한 월드 디자인 플라자와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통합된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은 민선 4기 오세훈 시장의 대표 공약사항이었다. 그동안 이 사업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온 서울시는 국내외 유명 건축가 8명(국내 4명, 국외 4명)을 지명 초청한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진행했으며, 심사를 통해 자하 하디드의 작품 '환유의 풍경'(Motonymic Landscape)을 최종 선정했다.
이라크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
자하 하디드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로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은 실력자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함께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해체주의 건축가의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보수적으로 알려진 건축계에서 여성이면서 중동 출신이라는 2중의 편견을 극복하고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스타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난 하디드는 71년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수학을 공부하다 72년 영국의 명문 건축학교인 런던 건축협회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79년 자신의 사무소를 독자적으로 개설한 후 82년 홍콩의 '피크 클럽' 현상설계에서 1등을 하며 건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추상적인 설계안으로 인해 실제 지어지기는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의 설계안이 실제 건축물로 탄생한 데뷔작은 93년 완공된 독일의 비트라 소방서. 사다리꼴 형태의 건물, 기울어진 벽과 지붕,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한 외부벽, 내부의 다양한 색채 등 건축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조각품 같은 느낌을 주는 비트라 소방서로 인해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2005년 11월 독일의 볼프스부르크에서 개관한 '페노 과학관'은 그가 추구하는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유동적인 공간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 7월 개관한 스코틀랜드의 '매기 암치료 센터'는 병원 같지 않은 아름다운 건물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그 외에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베르크이젤 스키점프대(2002), 독일 라이프치히 베엠베(BMW) 빌딩(2005) 등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기존의 상식적인 방법에서 탈피하는 추상적인 경향의 공간 설계로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현재 하디드는 2012 런던올림픽 해양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제이드 대교와 두바이의 비즈니스 베이 타워, 이탈리아 나폴리의 초고속철도역, 중국 광저우의 오페라하우스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설계안 '환유의 풍경'…2010년에 완공
서울 한복판인 동대문 지역에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가 설계한 거대한 건축물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이번 선정은 올해 건축계의 최대 뉴스다. 더불어 그의 건축물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건물들이 고층인 점을 감안해 지상 2층을 넘지 않는 높이로 계획하고, 건축물과 공원을 분리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합시킨 아이디어가 새롭다.
심사위원회는 이번 작품에 대해 "도시의 랜드마크가 건축물의 높이보다 디자인이나 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