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임기 4개월…신임차관 '총선용 발탁' 논란
성인지적 감수성·경험 전무…부처 출범 반대하기도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지난 8일 7개 장관(급)과 4개 차관, 1개 대사를 교체했다. 임기말 국정운영을 원활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청와대가 밝힌 공식적인 이유다. 하지만 발탁인사 대부분이 평소 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고,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은 인사', '경력 쌓기용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 신임 차관에 임명된 박승주(55) 전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도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있다.

박 신임 차관은 지난 2003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창설에 참여, 초대 기획운영실장을 맡았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초기 정부혁신 로드맵 과제를 확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시 10만여명의 학부모 어머니로 구성된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등을 결성한 점이 여성가족부 차관 발탁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부혁신 분야 전문가로 여성과의 소통에 원활해 보육지원과 다양한 가족지원 확대 등 여성가족부의 당면 현안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해나갈 것으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계 일부에서는 박 신임 차관의 발탁을 "총선 출마를 배려한 정치적 안배"라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 쪽에는 관심이나 경험도 없고, 오히려 행정자치부 시절 여성가족부 출범에 강하게 반대의견을 냈던 분"이라며 "보은 차원에서 내년 총선 때 여성 표를 수월하게 잡을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의혹을 제기했다. 박 신임 차관의 예전 행보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는 박 신임 차관에 대해 ▲2003년 행정자치부 재직 시절부터 '공무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10만명 규모의 자원봉사회를 조직해 '사조직' 형태로 관리하고 있고 ▲'자원봉사 세종로포럼' 부회장을 맡으면서 대선주자 초청 조찬모임을 주도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한 분들이 공직을 맡아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 공인 사회적 책임 운동본부'를 결성해 봉사활동가들을 선거에 '악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성계 인사도 "여성가족부 차관의 경우 대대로 여성정책 '비전문가'에 '남성'만 임명하는 것이 관행이긴 했지만, 여성가족부 출범을 반대했던 분까지 발탁한 것은 인선 기준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러다 '밖'이 아니라 '안'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8일 논평을 내고 "여성정책에 관한 전문성과 여성계의 요구를 수렴하지 않은 채 정치적인 안배를 바탕으로 한 차관 교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인지적 전문성과 경험이 없는 행정관료 출신의 남성만 차관으로 임명하니까 성평등적 관점은 쏙 빠진 성매매 근절 경품 이벤트나 홍보기획사 기획안 그대로의 여성주간 행사가 버젓이 열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한 여성운동가의 말을 곱씹어볼 때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