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취업' 위한 직업교육을
(36세 김모씨)
"기껏 어렵게 컴퓨터 자격증을 땄는데 지역에서는 취직할 곳이 없어서 헛고생한 격이에요. 이사를 갈 수도 없고. 컬러 믹스 자격증도 있어서 대학 축제 때 만들어 좀 팔기도 했죠. 하지만 생필품이 아니라서 지속적인 일거리가 못 돼요. 제 특기를 살린 건 좋은데 별 소용이 없네요."
(40세 이모씨)
"교육기간이 너무 짧아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돼야죠.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워서 무슨 전문가가 되겠어요. 저는 컴퓨터 자격증이 남들보다 많은 편인데도 이쪽이 워낙 빨리 변하니까 다시 배워야 하거든요. 당연히 시간과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죠."
(35세 홍모씨)
대졸 이상의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 교육을 받고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회관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은 여성들은 '기대에 못미치는 단순직종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과 '길어야 6개월에 불과한 짧은 훈련기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취업을 고려하지 않은 모방형·유행성 프로그램의 남발로 '눈높이를 낮춘 취업'조차도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최근 정부가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지만,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과후 강사나 과학지도사 등은 선호도는 높지만 실제 채용하는 학교 등에서 요구하는 조건(학력·전공·자격증 등)이 까다로워 개별 진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교육 중인 패션코디 기획자, 영상콘텐츠 프로듀서, 문화콘텐츠산업 스토리디자이너, HR(인재관리) 컨설턴트 등의 직업은 향후 발전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직업훈련의 대다수가 직업교육만 지원할 뿐 취업은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전문직종의 경우 6개월 단발성 교육만 받고 알아서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만을 고려한 특화된 직업유형을 발굴하고, 교육을 받은 후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직업훈련은 처음부터 직업훈련 이후 일자리 연계를 겨냥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지역 내 여성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특정 직업에서의 일자리 창출량을 결정한 이후 직업훈련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취업설계사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인선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 대표는 "현실적으로 30대 중반만 지나도 여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찾기가 힘들어 대부분 간병 등 비공식 부문에 진입하고 있다"며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를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취업설계사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훈련생의 이력서를 들고 다니며 기업에 "뽑아 달라"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벌이고 "어떤 교육을 시키면 고용해주겠느냐"고 물어 기업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직무능력을 파악,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별도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경력단절을 경험한 훈련생의 취업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해결 능력이나 현장 적응력을 높여주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이론·기능교육 외에도 산업체 현장실습이나 체험학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의 구인구직 DB를 확보하고 있는 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과 여성훈련기관이 보유한 훈련생 DB를 통합해 구인구직 매칭 확률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여성훈련기관이 담당해줘야 하는 역할은 단순한 기술교육이 아니라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적극적인 전문직종 개발과 맞춤형 취업 지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