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자신감 버리고'자기준비'에 공들였죠"
20년여를 전업주부로 살다가 지난해 44세 늦깎이로 박사학위를 딴 손주영(45)씨는 최근 보건복지부 5급 사무관으로 특별 채용됐다.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결혼이나 자녀양육으로 인해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전문직 기혼여성'만을 대상으로 공무원 특별전형을 실시한 결과다. 손씨는 함께 채용된 2명과도 무려 10살 차이가 나는 '최고령' 합격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나는 나이에 새로운 직장을 얻은 손씨의 비결은 무엇일까.
손씨는 1985년 서울대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1년 반 정도 은행 전산실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전공과 거리가 멀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여느 또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뒀고, 두 아이를 키우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지냈다. 하지만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졌고, 더불어 생각도 많아졌다.
"제 일을 갖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직장경험도 적고 집에만 있은 지 너무 오래돼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과외나 학원강사 정도가 전부였죠. 그러다 공부가 하고 싶어진 거예요.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웃음)"
손씨는 36세에 고려대 가정관리학 석사학위를 따고, 44세에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가족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때부터 기회가 열렸다. 고려대 시간강사를 거쳐 현재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와 성북구 건강가정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대학원 진학으로 '학원강사'에서 '대학 교수'로 '점프'한 것이다.
하지만 손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겸임교수로는 정년을 기약하기 어렵고, 센터장도 1년 단위의 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일하고 싶었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펼친 결과 보건복지부 여성공무원 특별전형에 당당히 합격했다. 맞벌이 부부가 체감하는 보육정책을 입안하고, 가정친화적인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획하는 등 평소 관심이 많았던 업무를 맡게 된 것도 그가 얻은 성과다.
손씨는 '자기 준비'를 가장 큰 비결로 꼽았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시간과 역량을 투자하고, 첫 진입에서 눈을 낮춰 사회경험을 쌓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아무리 학력이 높아도 나이도 많고 직장경험도 거의 없는 초보자를 선뜻 채용할 기업은 없다"며 "'나 정도면 이 정도 일은 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고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능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자꾸 두드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