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사전지식 봉사성공 밑거름"

지난달 의료·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아프간으로 떠났던 한국인 봉사단이 현지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납치·살해되는 등 아프간 피랍사태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봉사·구호·선교활동 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활동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여성신문은 위험·분쟁지역에서 봉사·구호활동을 펼친 여성 3인을 만나 현지 봉사활동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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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협력단(KOICA) - 봉사사업2팀 박금옥씨

"국내서 혹독한 예비훈련 빠른 현지적응 도움됐다 "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백번 이긴다'는 말이 있다. 봉사·구호활동에도 이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힘주어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사업2팀의 박금옥(30)씨다.

박씨는 2004년 12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스리랑카 현지 노동부 해외고용국에 배치돼 한국으로 오길 희망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지금은 협력단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잘 나가는 대기업을 때려치운 채 해외봉사단원 자격으로 스리랑카에 머물렀다. 교육생들에게 기초적인 수준의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기도 하고, 스리랑카 현지 선생님들에게는 한국어 문법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그가 현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한국에서 '혹독한'(?) 사전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현지 적응을 잘 못해 2년의 활동기간을 다 못채우고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협력단에선 현지어는 물론 각 나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또 대부분 다른 단원과 흩어져 혼자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 훈련도 병행합니다."

박씨는 장기 봉사활동뿐만 아니라 단기 봉사활동도 사전훈련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봉사·구호활동만큼은 종교적 입장을 배제한다는 전제 아래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봉사자 입장에서는 베푼다고 생각하겠지만 선교활동을 굳이 금지하는 곳에서까지 사명감을 갖고 활동을 펼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도움을 주는 쪽, 받는 쪽 모두를 힘들게 하는 일이거든요."

지금 하는 일에 100% 만족한다는 박씨는 무언가 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달란트'를 나눌 수 있어 보람되다고 말했다.

비정부기구(NGO) 활동에 대한 스리랑카 현지인들의 반응을 묻자 박씨는 대부분 호의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씨 외에도 한국의 여러 NGO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했는데, 대체로 안전하게 지냈다고 한다.

"현지 NGO단체끼리는 전세계 위험지역의 상태를 알려주는 데일리 리포트를 주고받아요. 위험경고가 떨어지면 즉각 철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만큼 현지 봉사활동이 위험에 노출돼 있지는 않아요."

현재 협력단에서는 전세계 30여개국에 연간 1300여명의 해외봉사단을 파견한다.

해외봉사단원으로 출발해 차츰 봉사의 참맛을 알아간다는 박씨는 "취업이 안되다보니 해외봉사를 일종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세우고 현지로 떠나야 자부심을 갖고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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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기아대책 - 국제부 중남미·아프리카팀 하경화 씨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사랑의 손길을"

"현지 참상을 보면 울컥 목이 메어와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싶어요. 총성이 채 가시지 않은 이라크전 직후에도, 쓰나미(지진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수시로 끔찍한 광경을 마주해야 했죠. 하지만 슬퍼할 수만은 없잖아요. 그들이 빨리 극한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재빨리 구호활동을 벌이는 게 제 일이니까요."

국제기아대책에서 긴급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경화(31)씨는 세계 곳곳의 재난지역을 종횡무진 누비는 활동가다. 위험을 무릅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도 벌써 5년째. 긴급구호 활동가답게 재난이 터졌다 하면 촌각을 다투어 그곳으로 날아간다.

"2004년 12월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덮쳤다는 소식을 듣고 NGO단체로는 처음으로 반다아체에 들어갔어요. 메단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육로를 통해 의료팀을 이끌고 그곳으로 들어갔는데,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죠."

하씨는 그곳에서 국제기아대책과 협약을 맺은 병원의 의료진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로테이션해 현지인들을 돌보도록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국제구호단체들이 속속 현장에 들어오면서부터는 그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거나 구호활동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도 맡았다.

하씨가 처음 구호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겨울방학 때다. 우연히 선교선인 '머시십' 자원봉사를 지원하면서 아프리카로 떠나게 됐고, 배에서 이뤄지는 의료활동을 지켜보면서 지치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위해 평생을 투신하겠다고 결심했다.

"국내에도 도움이 절실한 곳이 많은데 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해외활동을 벌이느냐고 말하는 분도 계셰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손바닥을 다섯번 칠 때 3명은 죽어가는 게 바로 현실이라고. 어디까지나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을 돕는 겁니다. 제가 하는 일이 봉사를 넘어 그들의 생명과 삶을 살리는 일이라고 저는 자신합니다."

지난달 아프간에서 발생한 한국인 봉사단 납치사건에 대해서도 하씨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위험지역에서는 특히 '안전'이 제1원칙입니다.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입장이라고 해서 안전이 보장된 게 아니거든요. 아프간처럼 우리와 문화나 종교도 다르고 특히 정치적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지역일수록 모든 여건을 감안해 활동을 진행해야 합니다."

하씨는 국내외 봉사·구호단체를 향해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소위 못사는 나라를 돕는답시고, 현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식(우리 식)'대로만 활동을 벌인다면 서구의 제국주의 방식과 뭐가 다르겠느냐는 것이다.

"피부색이 다른 우리 이웃들입니다. 다만 우리보다 훨씬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이전에 그들을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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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국제봉사기구  박을남 회장

 "이벤트성 성과중심 활동 자제해야"

"일주일 정도 봉사를 다녀오고 마치 현지 사정을 다 꿰뚫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봉사를 구호품이나 전달하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요. 장기봉사의 경우 정말로 '뜻'을 가진 분들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봉사활동에 물을 흐릴 뿐입니다."

볼리비아, 몽골, 캄보디아, 동티모르, 에티오피아 등 분쟁지역을 돌며 20여년간 몸으로 부딪히며 봉사활동을 벌여온 사단법인 한국국제봉사기구의 박을남(53) 회장이 대뜸 쓴소리를 던졌다. 분쟁지역 사람들이나 오지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활을 도왔던 그였기에 최근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봉사활동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3년째 급식지원을 비롯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혹여 우리의 목적만 채우고 성급하게 돌아갈까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현지인들이 한편으로는 이해된다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중간에 접고 돌아가는 해외 NGO들을 볼 때마다 현지인들이 적지 않은 실망을 한다고 그는 밝혔다. 때문에 장기활동일수록 현지인들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볼리비아의 아마존 정글지역에서 남편과 3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 터를 잡고 원주민들과 똑같은 집을 짓고, 농장을 운영해 거기서 나온 곡식과 과일을 고스란히 원주민들에게 나눠줬다. 태권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고, 상비약 등을 구비해 간단한 치료를 지원하기도 했다.

치안이 불안하지 않은 대신 독거미·뱀·전갈 등에게 시달려야 했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인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품었다. 지금도 아마존 정글지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기로는 그가 속한 단체가 유일할 정도라고 했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프간 피랍사태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구촌이 다 같이 행복해야 하니까 이유를 막론하고 봉사활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현지 상황 때문에 봉사활동이 금지된 곳에서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일단 현지 공관에 활동을 알리고, 현지 정부와의 공조가 이뤄져야 합니다. 위험지역이 아니어도 때때로 봉사활동이 반감을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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