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자유무역에 대한 대안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보다 공정한 무역 동반자 관계를 만들고자 시작된 '페어 트레이드'(희망무역) 운동은 네팔에서도 꽃을 피웠다. 그 결과 2만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특히 장애가 있거나 남편이 없는 여성들에게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돌아갔다.
희망무역에 참여하고 있는 생산자의 70%는 여성이고, 대부분 가정의 유일한 소득원이라고 한다. 희망무역은 '세계무역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생산자들을 우선 배려하는 공정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그들의 원칙에 따라 가난한 나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여성들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희망무역은 여성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생태적인 전통지식과 기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상업화하여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거래관계를 제안한다. 네팔에서 만난 여성생산자들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지는 고된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다. 그들은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소재를 이용해 일일이 손으로 실을 잣고, 초목으로 염색하고, 베틀로 옷감을 짠다. 이들이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기계에 의존하는 기술은 오래 가지 못하지만 손으로 익힌 기술은 평생의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무역은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통해 물건을 만드는 사람과 사는 사람간의 새로운 만남을 주선한다. 희망무역의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물건이 어떤 나라의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든 물건인지, 이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생산자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 브랜드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심각한 인권문제는 없었는지,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온 이 물건 때문에 어느 가난한 나라의 숲이 파괴되고 착한 생명들이 멸종의 길로 내몰리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염려하는 소비자이다. 가격, 개인의 선호와 같은 구매동기 외에 '윤리'라는 기준을 갖고, 착한 물건에 돈을 양심적으로 쓸 줄 아는 이들 소비자가 없었다면 희망무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창 밖으로 어슴푸레 보이는 몽키 템플의 지혜의 눈을 바라보며, 한국의 희망무역이 착한 비즈니스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기업 모델로 자라나 주기를, 그래서 네팔의 이 선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나무가 되어주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