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며 얻은 '삶의 기쁨'

걱정스런 마음에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더니 예상과 다르게 쾌활한 목소리다. 김씨는 "난소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괜찮다"고 했다. 실제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졌어도 여전히 씩씩하고 쾌활하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런 김씨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생에 대한 기쁨과 활기로 충만한 책 한권이 나왔다. 그동안 그린 그림과 에세이를 모아 엮은 화문집 '기쁨'이 그것.

책에는 병투병 중인 최근까지 틈틈이 그리고 쓴 그림과 에세이 71편이 담겨 있다. 말, 코끼리 등 '김점선 표' 동물그림도 재미있지만, 엉뚱하긴 하나 인간과 사물에 대한 깊은 성찰이 녹아든 에세이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말이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의 말처럼 멋있게 안 그려졌다. 그래 멋대로 그렸다…. 그리고 '이것은 말이다'라고 말 근처에다 글씨를 써넣었다. 그 순간 나는 인류를 삽시간에 구원했다. 그림 그리기가 힘들다고 고통 받는 언니도, 내 짝도, 일반사회 선생님도,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을 단번에 구원한 것이다….(이것이 말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단박에 알게 된다. 자유롭고 솔직한 화가의 본 모습이 글과 그림에 그대로 녹아 있다.

장 교수는 "선생님의 그림은 '에이, 그깟 것들쯤' 하며 운명을 밀치고 이 땅에 단단히 발붙이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삶과 한판 붙어보고 싶은 욕망에 떨게 한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도 서문을 통해 "그의 글과 그림을 보면 삶에 대한 희망과 의욕이 솟구친다"며 "이 책을 통해 김점선은 물론 우리 모두 밝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김씨를 독려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