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신작 '바리데기'

'바리데기'는 오귀대왕의 일곱째 공주인 바리가 온갖 고생 끝에 서천의 영약인 생명수를 구해 죽은 부모를 살린다는 전통설화다. 이 바리공주가 21세기를 살아가는 탈북소녀로 새롭게 태어났다.

북한 청진에서 지방관료의 일곱째 딸로 태어난 바리는 아들을 간절히 원했던 부모에 의해 숲속에 버려지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버려진 아이라서 '바리'라는 이름을 얻은 소녀는 후에 가족들을 다 잃고 밀항선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영국에서 낳은 딸까지 잃게 되지만 수많은 고난 속에서도 생명수를 생각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탈북소녀의 눈을 통해 21세기의 참상을 짚어내고 따뜻하게 위무한다. 전쟁과 국경, 인종과 종교, 문화와 이데올로기, 이승과 저승의 구분을 넘어 사람들에게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박진감 있는 문체, 생생한 묘사는 좀처럼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형식 실험도 놀랍다. 창비/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