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캔디… 중성적 캐릭터에 열광
판타지 자극·신세대 사랑관 어필
극중 여주인공인 은찬은 현대판 캔디다. 무능력하고 철없는 엄마와 미성년자인 여동생을 대신해 태권도 사범, 음식점 배달원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밥도 잘 먹고 예쁜 척도 안하며 언제나 씩씩하다. 그런 은찬이 남자로 오해받으며 꽃미남들 사이에 잠입(?)하고 결국 사랑까지 받게 되는 설정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여주인공 유주(채정안)는 사랑과 일에서 모두 당당한 커리어우먼이다. 능력 있는 화가인 그는 차버린 애인에게 다시 돌아갈 때조차 당당하다. 이렇게 능력 있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모습은 요즘 등장한 '알파걸' 열풍과 맞물려 여성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또 주인공들은 '사랑한다면 혼전에도 잠자리를 할 수 있다'는 신세대 사랑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결(공유)은 술김에 아는 동생과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과거 연인이었던 한성(이선균)과 유주는 재회한 후 밤을 보낸다. 이밖에 원두커피, 근육남 등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모두 갖춘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남장여자·동성애 등 이색소재로 호기심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최근 '사람들은 왜 남장여성에 주목할까'란 칼럼을 통해 "대중들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성적 캐릭터가 주는 모호함과 혼돈, 새로움에 홀린다"며 "은찬이란 캐릭터가 가진 모호함을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이 드라마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극중에서 은찬을 연기하는 배우 윤은혜는 털털한 미소년 역할을 잘 소화함으로써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한결(공유)은 극중 남자인 은찬에게 호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다가 급기야 정신과까지 찾는 한결의 모습은 은찬이 여자인 줄 아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웃음을 준다.
이처럼 드라마는 심각하지 않게 '남장여자'나 '동성애' 등 이색소재를 살짝 건드리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선한 소재라는 평가도 있지만, 진부한 내용을 잘 포장한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게 대세다. 김원 문화평론가는 "남장여자나 동성애 등을 소재로 삼은 것은 전면적으로 이에 대해 다뤘다기보다는 흥미를 돋우기 위한 코드로 사용한 것"이라며 "여자를 남자로 착각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도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 나왔던 고전 스토리인데 이를 진부하지 않게 포장한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미니시리즈 첫 여성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은 여성감독의 힘이 아닐까. 이 작품은 MBC 최초의 여성 드라마 감독인 이윤정(33) PD의 첫 장편드라마다. 이 감독은 전작인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을 연출했을 때도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섬세한 연출력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이 감독은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초록빛의 싱그러운 배경은 물론, 극중 배우들의 디테일한 감정선까지 잘 잡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분위기 있는 배경음악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이밖에 이선미 작가가 쓴 원작의 탄탄함과 쉽지 않은 남장여자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는 여배우 윤은혜의 연기력이 더해진 만큼 드라마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