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도전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

중도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대선후보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추미애(49) 전 민주당 의원을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아니라 누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며 '여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국민들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원하며, 제가 바로 적임자"라고 말해 대선 경선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선정국의 최대 쟁점인 범여권 대통합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을 해체해야 한다. 법적 해체가 어렵다면 최소한 정치적 해체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에서는 임기 말에 가능하겠느냐고 말하지만, 국익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열려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추미애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공식적인 대선후보 출마 선언만 남겨두고 있다. 시기를 언제쯤으로 잡고 있나.

"전국에 계신 민주당원과 지지자분들께 인사를 마친 후에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내일(17일)부터 시작하는 호남 방문을 끝내면 이달 말에 공식 출마선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3년 만의 정치 복귀무대가 대선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실패와 무능에 대해 좌절하고 침묵하고 있었다. 민주세력이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지난해 12월5일 부산대 강연에서 노의 실패가 전체 민주세력의 실패는 아니라고, 민주세력의 시대적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씀드린 이유다. 그때 어떤 방식으로든 제 자신을 던져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런데 이후 여권은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민주세력의 본류와 거리가 멀거나, 심지어 정면으로 반대한 분들을 거명했다. 여권도 이분들을 대안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이른바 '불쏘시개'로 활용했다고 본다. 그래서 민주세력의 패배주의 극복과 새로운 비전 제시를 위해 제가 나서야 한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교착국면에 빠진 범여권 대통합을 풀어갈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득권과 감정을 용광로에 녹이고, 특히 분당과 국정실패에 책임 있는 분들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먼저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기득권 포기는 열린우리당의 해체다. 분열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자는 것이다. 법적 해체가 어렵다면 최소한 정치적 해체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만약 친노 사수파 분들이 분당에 대한 역사적 과오를 반성한다면 제가 앞장서서 대통합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 정치문화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나.

"이제는 여성이니까 뽑아야 한다거나, 여성이니까 안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 탈피했다고 본다. 하물며 국가의 최고 리더를 뽑는 데 여성이냐, 남성이냐 이런 선입견은 버려야 하지 않겠나. 이제 여성들도 능력과 비전, 리더십, 책임감, 헌신성으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여성들이 짊어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여성주자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저는 선대의 후광도 없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탁되는 것도 거부하면서 오직 정치를 통해 성장한 사람이다. 지난 2003년 민주당 시절 여성에게만 주는 발탁성 당직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누구도 격려하거나 이해하지 않았지만 과감하게 당 대표직에 도전했다. 비록 2등에 그쳤지만, 스스로 영역을 개척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 리더십에 대한 신뢰감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원한다. 제가 바로 그 준비된 대한민국의 여성대통령 후보라고 자부한다. '추미애리즘', '추미애 리더십'을 보여주겠다." 

-여성들이 바라는 다음 정권은 어떤 모습이라고 읽고 있나.

"우리나라 여성의 권리는 양성평등의 원칙하에 성인지 및 쿼터제를 중심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여성정책은 단순한 여성의 권리 보호를 넘어 사회참여 기회 확대를 목표로 여성 인적자원과 여성 리더십을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면.

"21세기 지식경제사회에서 인적자원은 가장 큰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다. 창의적인 여성리더 양성을 위해 여성가족부를 확대 개편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시스템을 만들겠다. 또 각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모든 공공부문에 여성정책 담당관을 확대하고, 이를 여성가족부가 총괄·조정·지원토록 하겠다. 또 공공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 보육서비스를 확대 시행하겠다. 맞벌이 주부를 위해서는 가정상황에 맞는 맞춤형 보육서비스와 유치원 종일제 전면실시를 조기 시행토록 하겠다." 

-대한민국을 이끌 본인만의 정책구상은.

"한쪽에서는 50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시중에 떠돌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고급인력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이 둘을 잘 결합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고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인력을 발굴·평가·배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창업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식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원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제가 처음 제기했던 '지식시장(Market of Ideas)'의 개념이다. 이러한 제도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동북아 지식허브국가'로 만들겠다."  

-지난 2년간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공부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북핵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정치지도자로서 확고한 철학과 소신을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분야는 통일·외교·안보 분야다. 정치지도자라면 우리 민족의 생존이 걸린 북한·북핵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해 해법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연내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일부에서는 임기 말에 정상회담이 가능하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지금이라도 열려야 한다. 미국도 대선 후 정권이양기라도 국익에 필요하면 얼마든지 하지 않나. 우리도 국익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해야 한다. 더욱이 2·13 북한 핵불능화 합의가 하나씩 진도를 나가고 있는 만큼 남북의 정상이 결심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더 크게 보면 정상회담 정례화를 통해 정권과 관계없이 남북관계를 계속 진전시킬 레일을 깔아야 한다." 

-유학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

"힘들었다.(웃음) 경제적으로 너무 빠듯해서 그동안 한국에서는 바빠서 해보지 못했던 밥을 짓거나 김치를 담그는 일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아이들과 가장 가깝게 지낸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언젠가 결혼기념일이 됐는데, 큰딸과 작은딸이 손수 케이크를 만들고 몰래 편지를 써놨더라. 아빠와 떨어져 쓸쓸히 지내시는데 자신들이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이렇게 커버렸다. 늘 배려해주는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차기 정권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인은 사회가 무엇에 대해 갈등을 느끼는지 정확하게 짚어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먹고 살 문제까지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선진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따뜻하지만 효율적인 정부'가 되어야 한다. 기회를 주신다면 꼭 해낼 자신이 있다."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은

1958년 대구 출생. 경북여고, 한양대 법학 학·석사, 연세대 경제학 석사. 82년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85년부터 10년간 춘천지법과 광주고법에서 판사로 재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95년 정치로 무대를 옮겨 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15, 16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4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당이 위기에 빠지자 구원투수로 민주당 선대위원장에 추대됐다. 삼보일배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며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결국 낙마했고,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지난 2년간 한반도 문제를 공부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다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