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특고법·방카슈랑스 빌미로 대규모 해직 검토
17만명 예상·여성이 80%…기존인력 재교육 법제화를

부녀자가 다수인 보험설계사 직종에 대량 해고 및 실직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사업자로 분류돼온 보험설계사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 등 노동자성을 인정해주는 내용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법'(특고법) 제정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대량 해고를 적극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4월부터 은행에서도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설계사의 소득이 크게 줄어 대규모 탈락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실직위기에 놓인 보험설계사는 전체 20만명 가운데 최고 17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생명보험의 경우 설계사의 80%가 여성이어서 여성설계사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 참조> 

생명·손해보험협회는 특고법 시행으로 설계사의 약 40%인 8만여명이 대량 실직할 것으로 예측했다.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 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5월 펴낸 '방카슈랑스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의 45%에 달하는 9만5000명이 대거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소섭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은 "현재 방카슈랑스의 전면 개방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 국회에 입법청원을 낼 예정"이라며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까지 은행에서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보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구매하는 불완전판매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숙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여성국장은 "은행과 보험업계의 업무장벽이 사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다수 여성 설계사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방카슈랑스와 특고법 제정으로 보험설계사들이 부당해고 등 이중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카슈랑스는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보험상품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은행까지 판매에 나서면 가격경쟁으로 보험료가 낮아져 설계사들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물론 보험설계사 인력은 몇년 사이에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2000년 당시 40만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절반에 불과하다. 방카슈랑스 시행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고, 변액보험·통합보험 등 복잡한 구조의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설계사들은 자연히 도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험회사들이 기존 여성 설계사들의 강점을 살려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남성 설계사를 영입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

실제로 생명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여성 설계사를 조금씩 줄이고, 대신 경쟁적으로 남성 설계사를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2만4732명이던 남성 설계사가 1년 사이 무려 24.8%(4913명)나 증가했다. 같은 시기 여성 설계사는 10만5408명으로 0.7%(733명) 증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업계가 기존 인력을 전문인으로 재교육시키는 책임은 회피하고, 경영부담을 대량 해고로 덜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필요할 때는 무작위로 고용했다가 이제 와서 전문성이 부족하고 시장환경이 변했다며 해고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여성 설계사들의 강점을 살려 전문성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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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란

프랑스어로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보험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1980년대 유럽에서 시작돼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3년 8월 연금보험과 교육보험 등 저축성 보험상품에 처음 도입됐다. 내년 4월부터는 마지막 단계로 손해보험회사의 대표상품인 자동차보험(의무가입상품)과 생명보험회사의 대표상품인 보장성보험까지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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