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가정폭력특례법…기소유예 허용 '면죄부'
여성단체 "성의 없는 법 개정 직무유기" 재개정 촉구

여성단체가 국회의원들의 무감각한 여성인권 의식을 질타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상임대표 박인혜)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특례법) 개정안에 대해 "가해자에 대한 적정한 처벌 기준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추가 도입해 면죄부를 줬다"며 "가정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한 껍데기 개정"이라고 비난했다. 

가정폭력특례법은 개정 전에도 초범이거나 경미한 사건의 경우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상담을 받을 경우 기소유예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더 낮아진 것이다.

신연숙 여성의전화연합 가정폭력추방팀장은 "지난 2년간 공청회도 한번 열지 않고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막더니 결국 법무부 의견만을 들어 법안을 통과시켰다"면서 "국회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사안에 대한 무관심과 특히 국회의원의 여성인권 관점의 부재에 대해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이어 "법 개정 전에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의 경우 사건의 경중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가정폭력 사안을 기소유예 처리해왔다"면서 "이번 법제화로 모든 가정폭력 범죄가 가볍게 처리되면 피해자의 2차, 3차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성의전화연합은 재개정 내용으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한 법임을 명시 ▲경찰의 초기대응 강화로 가해자 현행범 체포 조사 및 격리 ▲가해자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건 처리기준 마련 및 적정한 수위의 처벌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한편, 여성의전화연합은 오는 1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대안적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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