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직업 분류체계 준전문가로 불려져 영화관도 유해업소
이달부터 전면손질 늦었지만 다행한일

1950년대 후반 영화 자막에 이름을 올린 뒤, 김기영 감독의 ‘화녀’,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의 카메라를 잡았고, 임권택 감독과 80년대 이후를 함께 해온 정일성 감독은 ‘춘향’과 ‘취화선’으로 임 감독과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함께 밟았다.

그러나 최근작 ‘천년학’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된 영상의 정일성 감독은 다시 말하지만 전문가가 아니었다. 

‘봄날은 간다’와 ‘괴물’의 김형구 감독도 비록 지난 봄 홍콩의 아시아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하여도 전문가가 될 수 없었다. ‘미녀는 괴로워’로 촬영감독협회가 주관하는 황금촬영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박현철 감독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촬영감독께 죄송하지만 촬영감독은 전문가가 될 수 없었다. 2000년 판 대한민국 표준직업 분류체계에 따르면 그렇다. 모든 촬영감독들은 여기에서 ‘준전문가’였다.

7월1일 이런 분류체계가 다행스럽게도 바뀐단다. 이제야 대한민국의 직업분류표는 이분들을 ‘전문가’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말씀이다. 물론 직업분류표만 뺀다면 촬영감독들의 전문성을, 아니 예술적 기여를 의심할 사람은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단 한명도 없었겠지만….

영화관은 유해업소다. 영화관은 현행 학교보건법에서 총포화약류 제조장, 도축장, 폐기물 수집장소, 유흥시설, 사행성 업소 등과 나란히 청소년 유해업소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거기서 파는 팝콘이나 콜라 때문은 아닐 것이다. 팝콘과 콜라를 파는 가게가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해야 하는 장소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옳거니, 영화관의 존재 근거가 되는 영화가 이 판단의 주원인이겠다. 청소년들을 그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유해영화’로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칸 영화제에서 돌아온 ‘밀양’과 전도연씨를 향한 박수소리는 참으로 드높았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오해 또는 경계가, 또한 지난 시대의 흔적이 우리의 법과 제도 일각에 남아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어쨌건 영화작업의 전문성을 ‘존경’하고, 영화예술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인정’할 때에 풍부해지는 건 우리들의 문화라고 나는 믿는다.

영화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예술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영역은 미술과 문학, 음악, 여러 공연예술과 마찬가지로 학교 교육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이유에서 최근 몇년 사이 학교가 특별활동을 통해 영화를 가르치기 시작한 건 다행스런 일이다.

영화관은 그같은 교육이 확대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독해’는 영화를 통해 세계를 보고, 영화가 세계를 반영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그리하여 청소년 관객이 자신들의 세계를 다시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건강한 교육은 미디어 접근의 제한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연령별 관람제한을 기본으로 하는 등급분류를 받는다. 이것을 어기고 성인영화에 청소년을 입장시킬 경우 영화관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 영화들을 상영하는 등급외 전용관을 학교정화구역 안에 설치하는 일을 계속 금지하면 된다.

다시 동어반복의 오류를 무릅쓰고 이름짓기와 분류의 문제로 돌아가자면, 여기에는 한 사회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때로는 법과 제도가 같은 시대 시민들의 상식보다 뒤처지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지체를 극복할 만한 탄력성을 갖고 있지 않을까.

정일성 감독의 전문성이 뒤늦게 인정되듯 영화관의 문화적 효용이 어서 빨리 인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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