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앞두고 ‘차기정부조직서 배제론’돌출
정교한 논리개발 여성유권자·국민 설득

이번 대선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훈수정치 논란과 선거법 위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전·현직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더구나 대선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른바 범여권에서는 유력한 후보가 전혀 부상하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에 범여권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던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근태 의원이 줄줄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노무현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이른바 ‘노무현 괴담’이 현실화된 느낌이다. 한편, 한나라당 빅2는 경선 승리가 본선 승리라는 대세론에 도취되어 사생결단식 검증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무질서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선 판에서 여성계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이 있다. 차기 정부 조직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진영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가족부의 축소 또는 폐지’ 담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조짐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한국정책과학학회 주최로 열린 ‘차기 정부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 특별 세미나에서 발표된 전문가집단 대상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에서 그 역할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처로 47개 부처 중 국정홍보처가 가장 많은 36.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여성가족부(33.4%)가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조사 대상에 남성 전문가들이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발생한 왜곡된 결과라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여성계를 비롯해 당사자인 여성가족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양성 평등과 관련해 행정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무원과 정부 부처 축소 논리에 밀려 여성가족부가 희생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21세기 여성시대를 맞이해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에 대한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고, 실증적 사례를 통해 여론주도층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정부 조직개편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상호의존성, 통합, 변화지향성, 능률성, 전문성 차원에서도 여성가족부가 결코 위축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로서의 책임성과 성취성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정부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부의 존속과 양성평등 정책의 강화는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선도해 구성원들의 청렴성과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tee)’을 강화시키고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시킨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외에 여성가족부가 여성 권익을 증진시키고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결과적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시켰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정치학회가 87년 민주화 항쟁 2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 여성들이 남성보다 정치 관심과 정치 참여 의향 수준에서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남성의 경우, ‘정치에 관심도 있고 정치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적극적 참여 의향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16.0%였지만, 여성은 그 비율이 9.1%에 불과했다. 반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에 참여할 의향도 없다’는 ‘탈정치형’의 경우, 여성(60.6%)이 남성(43.7%)보다 훨씬 높았다. 놀라운 사실은 여성 사회 참여의 주축이 되어야 할 30대 여성의 경우, ‘탈정치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9.1%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분명한 것은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없이 여성가족부의 존립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2007년 대선을 맞이하는 여성 유권자의 선택 기준은 명확하다. 어느 후보와 정당이 단순한 숫자놀음에 입각한 정부 조직개편의 논리에서 벗어나 양성평등의 철학과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지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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