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은 명실 공히 세계의 과학강국이다. 그러나 나치 독일의 폭력을 피해 아인슈타인, 질라드 등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진입해오기 전까지의 미국은 사실상 오늘날처럼 세계 과학의 메카가 아니었다. 19세기 말을 지나 20세기 전반기까지도 대부분의 미국 과학자들은 독일 실험실에서의 유학 경험을 필수로 여길 정도였다. 이러한 미국인들이 과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그로부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19세기 중반부터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유용한 지식의 추구와 확산’이라는 대명제 하에 민간차원에서 전개해온 커다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학진흥협회(AAAS·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의 존재다. 1848년에 설립돼 오늘날 262개의 과학단체 및 학회에 속한 1000만명 이상의 회원을 가진 비영리단체 AAAS는 ‘과학을 진흥시키자, 사회에 봉사하자(Advancing Science, Serving Society)’를 모토로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의 발간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를 선도해왔다.
특히 전 미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 과학교사,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 관련기관 종사자들을 연결시키며, 매년 연례회의를 열어 최첨단 과학연구와 교육, 과학예산과 그 쓰임새 등 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게 한다. 또 85년부터 전 미국인들의 수학 및 과학기술 교육 혁신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인 ‘프로젝트 2061’을 실시, 과학적 소양 함양이라는 방대한 목표를 중심으로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교과서 혁신, 교사교육 개혁 등을 이행해왔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과학박물관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onian Institution)도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화학자 스미손이 1829년에 사망하면서 남긴 55만달러를 토대로 1846년에 설립된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모두 15개로 구성된 개별 과학관과 미술관, 동물원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1억4000만점의 다양한 유물과 표본이 전시돼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연간 7500만명이 찾는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과학관으로는 ‘자연사박물관’과 중앙 입구의 천장에 매달려 있는 수십대의 비행기가 인상적인 ‘우주항공박물관’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과학과 역사, 예술과 문화를 총망라하는 스미소니언이 전시물의 보존과 전시에 치중한 전통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면, 1969년에 원자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과학의 긍정적 측면을 조망하기 위해 설립한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과 월트디즈니 단지 내의 ‘에프코트센터’(EPCOT·Experimental Prototype Community of Tomorrow)는 과학기술에 즐거움과 엔터테인먼트라는 요소를 가미한 미국식 과학센터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과학적 원리를 직접 체험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이후 전세계 과학박물관의 개혁 방향을 제시했으며, 에프코트센터는 놀이동산에 과학 개념을 도입한 레저형 과학문화공간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미국에서의 과학문화 확산은 누구나 자유롭게 도달 가능해야 한다는 ‘민주주의’라는 기본이념,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의 주도적 노력,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여가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세계적인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수학·과학교육의 강화만이 미국이 살아갈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강한 미국 학교 만들기(Strong American Schools)’라는 교육개혁 캠페인을 위해 6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대선의 핵심 이슈를 교육으로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인의 과학적 소양의 업그레이드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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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우수한 인력 양성에 대해 세계의 과학강국인 미국은 우수한 과학인재를 발굴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에게 내재된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전 미국인에게 과학 및 수학교육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일을 기업체가 앞장서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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