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붙으면 무조건 예산 지출 폐해
중앙당 관여 못하게 별도 조직 만들어야

 

올해로 세번째 열린 정당 여성정치발전비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오유석 여세연 상임대표, 박순자 한나라당 여성위원장, 김영주 열린우리당 여성위원장, 이금라 민주당 서울시여성위원장(서울시의원), 장지화 민주노동당 여성국장.  © 여성정치세력화민주연대
올해로 세번째 열린 정당 여성정치발전비 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오유석 여세연 상임대표, 박순자 한나라당 여성위원장, 김영주 열린우리당 여성위원장, 이금라 민주당 서울시여성위원장(서울시의원), 장지화 민주노동당 여성국장. © 여성정치세력화민주연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2004년부터 각 정당에 지급되고 있는 여성정치발전비(국고보조금의 10%)가 어린이집 운영비나 타 부서 정책개발비 등 여성 정치 발전과 무관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24일 여성정치세력화민주연대(여세연)가 주최한 ‘여성정치발전비 집행실적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각 정당 여성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2006년 한해 동안 ‘신나는 어린이집’의 운영비와 인건비로 약 1억원을 사용했고, 민주노동당은 5000만원을 타 부서 정책개발비로 지원했다. 지난해 할당된 여성정치발전비 가운데 한나라당은 11분의 1, 민주노동당은 무려 5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 내용은 굉장히 친여성적이고 장려할 만하지만 복지비와 정책개발비는 기본적으로 중앙당의 기본경비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타 부서에서 지출했으면 당연히 기본경비에 포함됐을 예산들이 여성위원회나 여성국 사업이라는 이유로 모두 여성정치발전비로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부서 여성기금 공모사업은 시도는 참신하나 결과적으로 ‘예산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한 여성기금 공모사업은 타 부서가 여성 참여 확대와 관련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여성정치발전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김은희 여세연 사무국장은 “여성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 성인지 예산에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여성정치발전비를 타 부서에서도 집행할 수 있게 해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돈’에 쏟아지는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장지화 민주노동당 여성국장은 “불만 무마용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돈 없는 정당에서 ‘나눠주기’ 식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제도적 보완장치 중 하나로 지난 1월부터 최고위원회 산하에 여성기금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예산 수립과 사업 검토, 집행, 성별영향평가 등 자체 검증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정치발전비의 올바른 집행을 위해서는 여성위원회가 독립적 예·결산 집행권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높다.

박순자 한나라당 여성위원장은 “여성당원을 대상으로 해외 직무연수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사무총장의 결제 절차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여성만 가면 말이 많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여성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비하면 열린우리당은 조금 앞선 편이다. 김영주 열린우리당 여성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여성정치발전비가 중앙당 예산으로 바로 들어가 여성당직자 인건비로 사용되는 등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별도의 결제시스템을 갖춰 여성위원장이 최종 결제하고 중앙당은 숫자상 문제가 없는지만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아무리 좋은 사업을 발굴해도 중앙당이 예산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한 실효성 있는 집행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국고보조금의 30%를 배분받을 수 있는 당 부설 정책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독립적 예산 집행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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