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독일이 과학기술의 종주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독일인들의 이해와 지지, 그리고 과학 대중화를 위한 정부와 산업체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산업과 함께 발전한 과학기술 보여주는 ‘도이체스박물관’
1903년 기술자였던 ‘오스카 본 밀러’는 과학기술의 성취를 통한 독일 급성장의 현주소를 직접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독일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형태의 과학기술 박물관을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정부 관료와 대학교수 및 학자, 그리고 산업계 인사들이 이에 적극 동의하고 나섰고, 그로부터 2년 뒤 도이체스 박물관이 민·관 합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었다.
도이체스 박물관은 과학기술을 통한 산업의 역사를 주로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독일이 우위를 점하는 과학기술 및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인 과학기술의 발달을 보여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개관 당시부터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들을 주요 관람객으로 삼아 과학기술 교육의 장으로 활용했으며, ‘디오라마’(유리상자 속에 전시물을 넣어두고 작동 버튼을 사용하여 전시물의 움직임을 보게 하는 것)라는 최첨단 전시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함으로써 이후 과학관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이곳 박물관에는 6만점의 소장품과 1만8000점의 전시물, 그리고 2000개의 전시 모형품이 소장돼 있으며 50여개의 전시관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을 다루는 ‘자연과학관’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재료와 산업의 ‘역사관’, ‘에너지관’, ‘교통통신관’ 등이 구비돼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전시물은 금속 관련 기계와 장비,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다룬 ‘기계관’이며 키보드 방, 현악기 방, 목관악기 방, 동관악기 방, 울려퍼지는 악기 방, 기술적 악기 방 등으로 구분지어 전시되는 ‘음악기구관’은 음악과 같은 예술분야가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존해 왔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는 인류문명과 함께 해온 과학기술인의 사진과 업적이 전시돼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의 생생한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1990년대 들면서 독일의 상황은 크게 위축됐다. 도이체스 박물관을 통해 과학기술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던 독일인들이 어느새 이에 무관심해졌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PUSH의 최우선 과제는 과학자들의 과학 대중화 활동에 대한 지원으로 99년부터 2002년까지 67개의 과제에 15억8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었다. ‘대화하는 과학재단’이 추진하는 사업들로는 ‘올해의 과학’과 ‘여름과학축전’, 그리고 ‘과학도시’ 사업이 있는데 2000년을 물리학의 해로 지정하면서 시작한 ‘올해의 과학’은 과학의 특정분야를 지정해 1년 동안 그 분야가 집중 노출되도록 홍보하고 전파한다. ‘여름과학축전’은 한 도시를 정해 약 1주일 동안 과학과 관련된 강연, 영화, 음악, 실험쇼, 행위예술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독일에서 과학문화가 확산된 데에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산업체 3자간의 조화로운 협력이 중요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과학기술 지식의 직접적인 생산자인 과학기술자들의 참여가 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각 주체들간의 ‘협력’과 ‘참여’를 통해 과학기술과 사회간의 진짜 ‘대화’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