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거름냄새
병든 아버지 배설물도
누렁이 배설물도
땅에서 취한 자연물

2001년 아흔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응급실에서 일주일, 아버지는 의식도 없었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 외에는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가친척들 모두 돌아가실 거라 하였고, 동네에서는 초상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입원 석달 만에 기적적으로 회복이 되시었다. 단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회복하지 못한 부분은 많은 기억이 지워져버려 마치 애기같이 되었다는 것과 배설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대변 소변 보는 일을 누군가가 거들어주어야 했는데 아버지가 유일하게 편안하게 맡기는 사람이 나였다. 대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소위 ‘받아낸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반대였다. 반드시 화장실로 가 앉아서 일을 보기를 고집하셨다. 그러나 애만 쓰실 뿐 자력으로는 배설을 하지 못하였다. 장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아 아버지의 변은 딱딱한 돌덩이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배설하기가 힘들었고 결국 조약돌같이 딱딱하게 뭉친 것을 인위적으로 빼내어 주어야만 했다. 이 일을 아버지는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 처음부터 그 일을 허락하였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그 일을 하셨는데 어머니도 팔십이 넘어 당신 몸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인지라 늘 ‘내가 해야 되겠다’ 생각은 하였으나 우선 어머니가 내게 ‘그런 일 시키고 싶지 않다’며 근처에도 못오게 하였고, 아버지도 딸 앞에서 바지 내리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였다. 그래도 안되겠다 싶어 하루는 내가 아버지를 화장실로 모시고 갔다.

“엄마 오라고 그래.”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나보고 비켜나라고 하신다.

“아버지, 내가 더 잘해. 이제부터 내가 해줄게.”

“안돼. 엄마 오라고 그래.”

나는 아버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버지야…, 아버지 나 애기일 때 내 똥 먹었었다며…. 생각나?”

극히 일부의 기억만을 가지고 계시는 아버지가 그걸 기억하실 수 있을까?

“아버지…, 나 낳았을 때 아버지가 너무 좋아서 내 똥 찍어 맛보았다며…. 누군가 애기 똥이 쓰면 오래 산다고 해서 쓴지 안쓴지 보려고 내 똥 먹어보았다며….”

“잉… 그려… 그랬어…. 되게 썼어.”

“그치? 아버지는 내 똥까지 먹을 정도로 나를 사랑하였는데 내가 지금 아버지 똥 파내주는 것이 뭐가 어때서? 안 그래? 만약 내가 아버지같이 이러고 있으면 아버지 나 안해줄 거야? 해줄 거지?”

“그럼…, 말해 뭐해.”

“그봐. 그러니까 앞으로는 아버지 똥 누는 거 내가 할 거야. 괜찮지?”

“잉….”

그 뒤로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나 외에는 어머니에게조차도 그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오늘 아침 누렁이 똥을 치우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와 12년을 함께 산 황소만한 누렁이는 먹는 것도 엄청나고 그만큼 엄청난 배설을 한다. 처음에는 그냥 버리다가 퇴비 만드는 법을 배워 요즘에는 짚과 왕겨와 쌀겨를 적당히 섞어 거름을 만들고 있다. 이러자면 그야말로 똥을 떡 주무르듯이 해야 한다. 그것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절대 못한다. 땅에서 취한 것을 땅으로 다시 돌려보내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만든 비료보다 자연에서 채취한 거름이 몇배 좋다는 것은 농사짓는 사람들은 다 안다. 옛날에는 이웃집 마실 갔다가도 오줌 누고 싶으면 참고 참았다가 자기 집으로 뛰어와서 눈다는 것이었다. 아까운 거 남의 밭에 주기 싫어서 말이다.

이맘때면 들녘은 밭갈이에 들어가기 전 뿌려둔 거름 냄새로 가득 찬다. 엄마는 냄새난다고 문을 꽁꽁 닫아두지만 나는 그 냄새가 구수하니 정말 좋다. 시골살이 시작한 이후 나는 똥오줌은 하나도 더러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2006년 예산에서 열린 ‘벤처농업박람회’ 전시장 앞에는 오줌 누는 여인의 동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흉하다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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