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 우세 남성중심문화 ‘질적’ 여성성 발휘해야
비효율 구형자판 애용하듯
구태서 벗어나기 쉽지않아

최근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나치게 빠르게 바뀌다보니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따라가기에도 급급하다. 그 한 예가 양성평등을 실천하듯 각종 고시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절반을 상회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주요 고시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과거 10년간 10배나 늘기도 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망한 바에 의하면 이대로 가면 앞으로 5년 후에는 언론계는 30%, 학계와 정치계는 여성 비율이 20%를 상회할 것이라고 한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는 추세가 현실사회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영원히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을 것만 같았던 우리나라의 유엔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가 2006년에도 비록 조사대상 75개국 중 53위에 머물고 있지만 곧 급상승을 할 에너지를 축척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돼 앞으로 생산적인 양성평등사회가 제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현상에 작용하는 관성의 법칙 중에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로 의존성은 미 스탠퍼드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가 명명하였는데, 의외로 우리 사회는 경로 의존성의 덫에 걸리면 그것이 비효율적이고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데이비드 교수는 타자기의 자판을 예로 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 영어 자판의 왼편 배열을 보면 ‘q-w-e-r-y’이다. 사실 써보면 알지만 매우 비효율적이고 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왜 그럴까? 사실 이 컴퓨터 영어 자판은 1870년 타자기가 첫선을 보일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당시에는 타자기가 자판을 치면 글자를 연결한 긴 쇠막대가 튀어나가 글자를 종이에 치게 되어 있는데 빨리 치게 되면 쇠막대가 엉키게 되므로 일부러 느리게 한자 한자 정확하게 치도록 어렵고 비효율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제는 타자기 제조기술이 발달해 빨리 쳐도 쇠막대가 엉키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아직도 비효율적인 자판기 배열이 살아있다. 실제로 아주 효율적인 자판기가 만들어져 시중에 보급되었지만 아무리 새로운 자판기의 배열이 효율적이어도 사람들이 구형 자판기 배열에 익숙해져서 신형 자판기를 쓰지 않았다. 전인류가 비효율적인 자판기에 젖어버린 것이다. 이같이 매우 단순한 예만 보아도 비록 사회 전체가 비효율이라 할지라도 구태나 구습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나타난다. 하물며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비록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구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내기 판·검사나 정부 공무원, 의사, 외교관이 앞으로 리더로 커나가야 할 직장문화는 매우 남성중심적이다. 수적으로 우세하다 해도 이들이 남성중심적 문화를 바꾸는 일은 타자기 자판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경로 의존성에 젖어들기 전에 여성성을 발휘하면서도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갈 여성대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것이 양적인 여성 리더의 시대에서 질적인 여성 리더의 시대로 가기 위한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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