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 일본은 독일로부터 철저히 배워라
자신의 역사 반성 공개적
일본과는 완전 딴판 눈길

2007년 2월2일 나는 베를린의 독일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 ‘군사옴부즈만’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독일 의사당은 독일 민주주의의 상징이요, 독일 통일이 의결된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장소다. 군사옴부즈만 사무실은 그 의사당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독일의 군사옴부즈만은 역사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세워진 기구다. 종전 10년 만인 1955년,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게 되자 연방군 창설을 논의하게 된다. 군의 재무장 논의에 국민들은 불안해졌고, 많은 수가 군의 존재 자체를 반대하였다. 나치 독재정권과 군의 부당한 결합이 저지른 아픈 역사를 경험한 독일 국민에게 아직 군은 불신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시각은 군사력이 잘못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이어졌다.

독일 연방의회 차원에서 독일군의 재무장을 견제하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헌법 제45b조에 군사옴부즈만을 의회에 설치할 것을 의결하였다. 이어서 헌법의 위임을 받은 ‘군사옴부즈만법’이 1957년 발효되어 ‘군에 대한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의회의 통제’는 의회의 보조기구인 군사옴부즈만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군사옴부즈만 제도는 군인의 기본권 보호에 그 목적이 있지만 독일군의 재무장에 대한 우려와 평화를 지향하는 독일 국민의 소망이 담긴 노력으로 인해 시작됐다.

놀랍게도 현재 군사옴부즈만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대체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마친 분이었다. 군에 대한 그의 철학은 ‘군은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의회 내 다수파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군사옴부즈만의 임기는 연방의원의 임기보다 긴 5년이다. 군사옴부즈만은 군인과 그의 가족으로부터 직접 진정을 받으며, 상급자의 지휘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의 연례보고서는 연방의회를 통해 국방부를 움직인다. 연방군 건설, 병력 감축, 전투병 해외파병과 같은 과제 등 군의 미래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조언을 하기도 한다. 예고 없이 국내외의 군대 방문 권한이 있는 군사옴부즈만은 최근 이라크 파병 독일 군인들의 상황 확인차 이라크에 다녀왔다고 한다.

한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고 명령과 복종이 지배하는 특수조직인 군대에서 개인의 권리는 제한받는다. 그러나 군사옴부즈만은 군인은 ‘군복을 입은 국민’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훼손되어서는 안되며, 국가에 의한 권리 침해에 대항하여 법적 보호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군과 군인을 조화시키고, 군과 의회, 군인과 의회 사이의 통로가 되어 군을 사회에 통합시키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군사옴부즈만의 권고는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그 존재만으로도 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자신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공개적으로 할 줄 아는 독일인’의 정신은 ‘뉴욕 타임스’가 “악을 가능하게 한 인류 모두의 책임을 준엄하게 묻는 작품”이라고 격찬한 바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비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일본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뒤집으려 하고 있는 일본 총리는 역사 앞에 겸허해질 수 없는가? 국내외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경대응이라지만 그것은 층위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일본은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신뢰회복을 얻고자 한다면 추악한 과거의 청산을 위해 다시 독일을 공부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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