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봄철 ‘단골손님’…경보수준땐 활동 금물
‘죽음의 독진’ 일컫지만 실제론 ‘흙가루’에 불과
몽골 남쪽·중국 북쪽이 발원지…2000년부터 증가세

황사는 바람에 의해 하늘 높이 날려 올라간 미세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에 퍼져서 한반도 상공에서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흙을 말한다. 최근 방송에서는 ‘죽음의 독진’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실제로 황사는 ‘흙가루’일 뿐이며 자동차 배기가스의 오염물질보다는 덜 해롭다.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대륙은 아시아다. 이 아시아 대륙의 중심은 인도양으로부터는 티벳 고원이 가로 막고 있고, 서풍이 거세게 불어 극도의 건조함과 세찬 바람이 공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는 폭넓게 사막이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고향이다. 현재 몽골 남쪽과 중국 북쪽의 국경선이 그어진 곳인데, 이곳은 한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넓은 건조지역과 주변의 반 건조지역으로서 바로 황사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황사의 발원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누런 안개처럼 뿌연 먼지가 공중에 떠 있거나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바람과 함께 나타나는 모래폭풍(沙塵暴·사천바오)이 나타난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모래폭풍이 최근 50년간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00년부터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몽골의 경우 소수 유목민만이 살고 있는 몽골의 서부와 남부에서 모래폭풍이 심한데, 이 모래폭풍이 중국과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에도 떨어지곤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오고 있다. 주로 봄철인 4월에 많이 나타나는데 겨울이 따뜻하면 초봄에 오기도 한다. 올해엔 2월14일 백령도를 시작으로 황사현상이 찾아왔다. 1980년대에 서울에서 고작 4일만 나타나던 황사현상은 90년대에는 7일로 늘고, 2000년 이후에는 12일을 넘고 있으니 그 증가추세는 확실하다.

기상연구소에 있다보면 황사 피해에 대한 문의가 많다. 신문지상에서 유독, 독성, 핵물질 등 다양한 피해성 물질에 대한 가능성을 사실처럼 전파한 데에 따른 위기 조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약한 황사의 경우 그리 큰 피해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목구멍이나 콧구멍 등을 세심히 씻어주면 큰 피해는 없다.

단, 황사가 심한 경우 자동차 창문을 열면 먼지가 쏟아져 들어오는 황사경보 수준의 황사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노약자는 집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빨래를 집안에 널어 습기를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전에 심한 황사가 덮고 있는데도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본 적이 있다.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하여 심한 황사라도 피할 여력이 없는 분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시아 동쪽 끝 한반도에서 2000년 전부터 기록되어 온 황사현상, 옛 선조들은 황사가 오면 하늘이 노여워할 무슨 죄를 지었는가를 반성했다고 한다. 이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황사의 농도를 예측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기상위성에서 황사의 이동 과정을 추적하고, 심지어 한국 우주인도 우주공간에서 황사현상을 촬영하게 되는 21세기에 이 자연현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한층 더 겸허함을 요구하는 때이다.

▶‘기상청 황사 정보센터’(www.kma.go.kr)에서는 매일매일 살아있는 황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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